천재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세계에서 두번째 가라면 서럽다. 외국 콩쿨에서 우승한 「귀여운 대가」들은 귀국길 공항에서부터 녹초가 된다.「천재 신드롬」의 불을 당긴 사람은 피아니스트 한동일. 각종 국제 콩쿨을 석권하고 돌아온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화제였다. 잇달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영욱이 뒤를 이었다.
『음악은 첫째도, 둘째도 테크닉이다. 그러나 테크닉이 곧 음악은 아니다.』 음악 영재 문제가 나올 때마다 원로 평론가 한상우씨(59)가 즐겨 소개하는 경구다. 연주 행위는 단순히 악보의 재현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인간적 삶의 모습과 족적 또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법인데, 인간으로서의 고민을 모르는 어린이들에게는 테크닉 이상의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천재」는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게다가 민족적 자존심까지 연결돼 누구나 열광하게 된다. 그러나 음반 업계가 불황에서 벗어나려는 「천재 내세우기」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인위적 요소가 개입할 때 천재는 만들어지는 「스타」가 되고 만다. 천재는 영원하지만 스타는 명멸한다.
장영주와 장한나.
장영주는 9세 때 주빈 메타와, 장한나는 7세 때 로스트로포비치와 협연해 「천재」의 반열에 오른 뒤로는 떼놓을 수 없는 「한 묶음」으로 인식되고 있다. 거기에는 음반사와 공연 프로모터사의 기획이 한몫 단단히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내공연 때마다 매진 사태를 빚는 둘의 음반은 인기 정상이다. 두 장양은 한동안 「천재 부재」의 시대를 뚫고 동시에 휘몰아친 특급 쌍둥이 태풍이다.
이들을 위해 평론가 한씨는 『욕심을 내지 말라』고 강조한다. 뚜렷한 기준을 정할 수는 없지만 무대에 너무 자주 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적어도 『연주 때문에 학교 공부를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천재와 거장의 차이는 정신의 힘, 즉 연주를 철학과 사상이 받치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어딜 가나 천재 소리를 듣던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 그는 20대 어느날 갑자기 건반을 떠났다. 술에 빠져 인생과 여자를 깊이 고민했다. 마침내 그 문제들을 관통했다고 확신했을 때,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하여 나온 쇼팽의 「녹턴」은 지상의 소리가 아니었다. 사랑의 정감만이 가득했다.
기교와 사상이 융합돼 천재가 거장으로 자라날 때까지 우리는 참고 기다릴 줄 모른다. 천재 욕심은 불행의 시작일 수 있다. 「천재」는 「스타」가 아니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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