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우리사회의 가장 낙후된 분야로 정치를 꼽는다. 『정치가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한다』라는 등등의 얘기가 우리정치에 대한 평가를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가장 불신받는 집단은 어김없이 정치권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라는 용어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풍기기 십상이다. 「정치적」이라는 말에서는 술수의 냄새가 나고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사회의 상부구조로 각분야를 리드하고 다양한 이해를 조화시켜 국민통합에 기여해야 할 정치가 이처럼 매도 되고 있는게 우리현실 이다.
정치가 이 지경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목소리 만큼이나 견해가 다양하다. 우리사회가 시민혁명을 겪어보지 못한채 봉건왕조사회에서 식민지압제를 거쳐 개발독재시대로 왔기 때문에 민의가 분출될 수 있는 기회를 한번도 갖지 못했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지닌다.
경제성장 일변도의 국가발전전략이 이같은 결과를 초래 했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다. 또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이 가져온 정치현상의 왜곡과 한계설정 속에서 정통성없는 군부세력이 물리력을 앞세워 강압통치를 해온 유산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치가 저질이라고 비난 받는게 과연 정치인만의 탓일까. 정치는 국민수준과 맞물려 간다고 했다. 그 국민에 그 정치라는 것이다. 저질정치의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정치인들에게 있다. 하지만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행위가 아니다. 유권자와 국민이 함께하는 상대적 행위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다면 저질정치가 과연 발 붙일 곳이 있을까.
정치권은 내년 12월로 예정된 대선을 향해 벌써부터 뜀박질을 시작했다. 또다시 우리는 정치의 질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에 서 있는 것이다. 정치를 한단계 높여 저질시비에서 벗어 나는 것은 정치인들만의 몫이 아니다.
저질정치는 다름아닌 우리모두의 자화상 일수도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