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끔찍함 내 스타일로 다룬다지구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인터넷. 여기에는 사회의 기성 질서를 모조리 무시하고 싶은 사람들의 반문화가 숨어 있다.
인터넷 속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가 있다. 「Tasteless」다. 이 단어는 이미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는 테마다. 이 단어를 간판으로 하는 많은 유머, 사진, 소설 그룹들이 인터넷 속에서 수를 늘려가고 있다.
이들은 추구하는 것은 끔찍함과 잔혹함 등 온갖 악취미들. 웹사이트 「그로테스크 갤러리」(http://www.grotesque.com), 「본야드」(http://home.earthlink.net/∼boneyard/index.html) 등과 「뉴스그룹alt.tasteless.page」 등에서 볼 수 있는 사진과 그림들은 우리의 도덕적 기준으로 볼 때는 상상을 초월한다. 각종 시체들을 사인별로 나누어 썩어가는 모습, 여인을 발가벗겨 살해한 사진, 시체 옆에서 찍은 포르노 사진 등이다. 심지어 원하는 모양과 부패정도를 주문받아 시체를 「판매」하는 곳도 있다.
새디즘과 매저키즘일까. 폭력적이고 잔혹한 정서를 가져서일까.
대답은 인터넷이라는 독특한 미디어의 특성에서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 것 같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잔혹함이나 끔찍함 그 자체가 아니다. 인터넷이란 공동 공간 속에서 이 터부들을 다루는 자기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들은 가상 공간의 개방성을 최대한 이용하고 싶어한다. 내가 이런 방식으로 잔혹함의 주제를 요리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수용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인터넷이란 공간에서만 관습화하고 양식화할 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만큼 네티즌들은 영악하다. 때문에 인터넷 속의 이런 악취미들이 수용자들의 현실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다. 누군가가 앞장 서서 이런 것들이 공개되는 길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지나친 노파심 아닐까. 사이버월드는 그 나름의 발전논리를 갖고 굴러가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의 자율적인 판단 능력만이 국경이 없는 뉴미디어 시대의 하위문화를 스스로 걸러내는 역할을 해 낼 수 있을 것이다.<이윤정 기자>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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