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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속의 파격/NC세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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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속의 파격/NC세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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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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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와 신세대사이의 그 무엇…/클래식도 그렇다고 재즈만도 아닌 그들의 자화상 찾기가 시작된다네오클래식(Neo-Classic, NC)세대.

한국일보가 선보이는 네오클래식 페이지는 우리 사회에 이 세대가 실재하며, 이들이 이미 사회의 중요한 구성계층으로 자리잡았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한다.

오늘날 사회는 문화이다. 거꾸로 문화는 곧 사회이다. 물질적 풍요는 문화의 풍성을 가져왔다. 하루가 다르게 밀려 오는 문화정보와 문화현상의 대홍수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문화의 가면 속에 감춰진 옥석을 가려내는 것은 점차 어려운 일이 돼가고 있다. 매스미디어의 범람은 문화의 대중전파에 공을 세웠지만 스스로 자신의 것을 찾는 안목을 무디게 했다. 유행은 있으나 패션은 없고, 패션은 있으나 나만의 것, 개성은 없다.

네오클래식 세대의 본질은 「품격」과 「파격」이다. 이들은 격조를 추구하면서 파괴를 꿈꾼다. 클래식도, 그렇다고 재즈만도 아니다.

그래서 NC세대의 화두는 자기 정체성 찾기에 모아진다. NC세대는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와 소비성향을 싫어한다.

그러나 X세대의 자유분방과 탐닉주의도 거부한다. 잘 사는 것이 기성세대의 목표였다면 어떤 스타일로 사느냐는 NC세대의 과녁이다. 바로 「품격」의 문제이다. 또 획일화한 문화의 바다에서 나만의 닻을 내리는 일은 「파격」의 문제이다.

NC세대는 80년대 후반부터 비판의 자유를 누리기 시작한 세대이다. 이들은 캠퍼스와 거리에서 「운동권」으로, 「넥타이부대」로 정치상황을 바꾸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진보적이지만 정치적 성향을 조직적으로 표출하기 보다는 선호로 나타낼 뿐이라는 점에서는 탈정치적이고 개인적이다.

여기에 PC통신이나 인터넷 같은 뉴미디어의 등장은 자기 표현의 영역을 무제한 확장시켰다. 다양한 문화장르에 대한 비평들이 쏟아지고,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게 됐다.

이제 NC세대의 정체성 찾기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문화이다.

한때 정치 사회적 현상에 분출됐던 NC세대의 에너지는 「문화적」테마에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거대한 문화 포식 욕구를 공룡처럼 드러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고학력화의 NC세대는 문화산업의 생산자이자 주된 소비자로 자리잡았다. 이들에게 문화와 스타일은 취미와 취향이 아닌 생활의 한 부분이 됐다.

그러나 NC세대의 문화에는 거품이 있다. 실체를 추구하기 보다는 이미지에 집착하며, 문화를 향유하기 보다는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경향이 있다.

문화평론가 정윤수씨는 『가치판단 기준이 흔들리는 이 세대들은 문화산업이 만들어낸 상품에 자기 정체성을 투사한다. 이 때의 선택 기준은 주류산업의 범주에는 들지 않으면서 약간의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어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고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재즈와 컬트의 이미지는 이같은 요건들을 딱 맞아 떨어지게 한 것이다. 이들이 소비하는 문화에는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의 「네오클래식」은 NC세대의 강렬한 문화적 욕구를 채우고 그 안목과 잣대에 도움을 주려 한다. 단순한 정보의 전달자가 아닌 메시지의 전도사가 될 것이다. 문화를 바로 읽고 바로 쓸 것이다. 문화의 거품과 가면을 벗길 것이다.<이윤정 기자>

◎나는 NC세대인가

☆신문의 공연 게시판을 자주 오려 둔다.

☆한달에 한두번은 영화나 연극 전시회를 보러 간다.

☆유명 콘서트라면 10만원을 써도 아깝지 않다.

☆지하철에서 선 채로도 소설을 읽는다.

☆재즈에 대해 5분 정도는 말할 수 있다.

☆남이 내 18번을 먼저 불러도 19번이 있다.

☆골프장에 나간 적은 없어도 규칙은 안다.

☆문화나 문예잡지 하나 정도는 정기구독한다.

☆상품을 고를 때 브랜드에 기준을 둔다.

☆오랫동안 고집해온 나만의 브랜드가 있다.

☆남대문 시장의 쇼핑으로 멋을 낼 수 있다.

☆색깔있는 와이셔츠를 입을 수 있다.

☆좋아하는 향수가 있다.

☆칵테일 이름을 세개 이상 안다.

☆기분에 따라 찾는 단골 카페나 음식점이 있다.

☆언제라도 훌쩍 떠날 수 있는 나만의 곳이 있다.

☆그룹 여행보다는 테마여행을 즐긴다.

☆TV 9시뉴스는 꼭 보려고 노력한다.

☆인터넷을 배우고 싶다.

☆일에는 프로 근성이 있다.

◎나는 NC/광고회사 코래드 AE 김선진씨

토요일이면 폴로셔츠에 게스청바지를 즐겨 입는 남자. 압구정동의 아담한 카페 「트블리」에 자기만의 「조니워커」가 있는 남자. 「샘이 깊은 물」의 괜찮은 문장에 반하고 「이매진」의 문화읽기를 걸러서 읽을 줄 아는 남자. 책과 공연 티켓을 사는 데는 호주머니를 터는 남자.

김선진씨(32·코래드 AE). 광고회사의 기획담당이다.

자기만의 리빙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그는 네오클래식 세대.

그는 마니아는 아니지만 문화전반에 관심이 많다. 뉴욕에서 본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지난 봄 예술의 전당에서 다시 보았다. 극중의 멋진 대사 한토막을 고객과의 자리에서 인용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아내와 함께 마이클 잭슨 공연장을 찾았다. 12만원 이상의 볼거리가 있었다는 것이 그의 소감이다. 밥제임스의 콘서트도 그에겐 빼놓을 수 없는 공연이었다.

그의 책 읽기는 작가 중심. 최근에는 김소진의 소설에 취해 있다. 그의 단편들엔 아버지 세대가 겪은 삶의 질곡이 배어 있어서다. 헐리우드영화를 좋아하지만 괜찮은 제3세계 영화도 놓치지 않는다.

그에겐 자기 만의 브랜드가 있다. 캐주얼은 4년째 「게스」와 「폴로」를 고집하고 세미정장으로 「인터메조」를 즐겨 입는다. 와이셔츠는 하얏트호텔 지하 맞춤코너를 3년째 이용하고 있다. 사이즈를 입력해 두고 컬러와 패턴은 유행에 따른다. 한벌 3만원이라 사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결혼 2년째인 그에게 아내는 매일 만나는 여자친구. 밤에 2개월된 딸을 돌보고 청소는 그의 몫. 아내도 일을 가지고 있어 가사는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자그마한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 벤치에서 책을 읽고 싶은게 그의 꿈. 사소한 씀씀이를 줄이고 재테크에 열심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

가장 큰 바람은 무엇보다 우리나라 광고사에 이름 석자를 남기는 것.<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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