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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베스트셀러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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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베스트셀러 뒤집기)

입력
1996.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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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분량을 한권에 읽기 쉽게 기술하다보니 실록인지 이야기책인지…「베스트셀러」는 가장 규모가 큰 문화상품이다. 우리는 이미 4백만부 베스트셀러 시대를 지났다. 베스트셀러의 영향력은 팔린 책의 권수로 따질 수 없을 만큼 크다. 모든 베스트셀러는 좋은 책인가. 대형 서점이 집계하는 베스트셀러는 내용이 베스트인가.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든 가장 많이 팔린 책에 불과한가. 불행히도 베스트셀러는 질보다 양으로 계산되고 있다. 흔히들 이 시대를 고전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그 자리를 각종 베스트셀러가 차지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뒤집기」는 우리 시대의 문화적 공통분모인 베스트셀러에 대한 작은 비판이다.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 지음, 들녘 간, 9,000원)은 올 3월 발간된 뒤 10월말까지 인문분야 출판물로서는 드물게 많은 25만부 가량이 팔렸다. 4백64쪽.

이 책은 조선왕조 제1대 태조로부터 27대 순종에 이르기까지 각 왕대의 사건, 인물 및 사회상 등과 해당 실록의 편찬경위를 싣고 있다.

저자는 『굳이 조선왕조실록을 한권으로 묶으려고 한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조선사와 왕들에 대한 지식이 잘못되어 있거나 편협하기 때문』이라고 저술동기를 밝혔다. 책은 출간후 『일반인을 위한 훌륭한 교양서』 『교과서적 징검다리식 역사지식의 결함을 메워주는 저술』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어떻게 감히 조선왕조실록을 한권으로 묶느냐』는 비난도 빗발쳤다. 실제 국역본이 430권이나 되는 조선왕조실록은 하루 100쪽씩 읽어도 4년이 훨씬 넘게 걸리는 방대한 분량. 기본적으로 편년체인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저술된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왕조사의 관점에 치우쳐 민중사 부분을 도외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한자 표기의 배제는 아무리 교양서라 할지라도 역사서의 기본을 저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저자가 실록의 내용을 사실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읽기 편한 방식으로 기술하다 보니 「실록」인지 단순한 「이야기책」인지 구분이 안된다는 말도 있다.

저자는 국사학자가 아니다. 서양철학자 41인의 이야기를 담은 「철학이 뭐꼬」 등의 책을 낸 전문 집필가이다.

저자와 출판사는 이 책의 성공에 힘입어 이달 중순께 「한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도 선보일 예정이다. 임진왜란 당시 불타 없어진 고려왕조실록을 고려사와 고려사절요 등을 바탕으로 새롭게 「한권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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