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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트와 홀로페른Ⅰ/클림트(작품속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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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트와 홀로페른Ⅰ/클림트(작품속의 여인들)

입력
1996.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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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가 시작된 1901년.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는 「주디트와 홀로페른Ⅰ」을 세상에 내놓았다. 「주디트」는 새로운 여성의 모습이었다. 새로운 세기의 시작과 어울릴 만한 여성상이었다. 외국의 한 평론가는 『클림트는 우아함과 요염함을 갖춘 현대 여성의 모습을 창조했다. 작가는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그레타 가르보와 마를렌느 디트리히를 합친 여성을 만들었다』고 평했다.「주디트와 홀로페른」은 성서 속의 이야기. 주디트는 마을을 구하기 위해 적장 홀로페른을 유혹한 뒤 그의 머리를 싹둑 잘랐다. 오른손으로 홀로페른의 잘려진 머리를 쥐고는 「절정」의 표정에 빠진 주디트의 모습은 사랑이 아닌 성취의 기쁨에 빠진 새로운 여성의 시대 선언이다. 홀로페른의 비극은 죽었다는 사실 뿐 아니라 그의 주검이 자칫하면 못보고 넘어갈 정도로 사소하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의 상대적 왜소함을 드러내준다.

기존의 인물화보다 훨씬 높게 배치된 주디트의 시선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주디트가 내려다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금박이 화려한 아르누보적 양식의 배경은 중성적 여인 주디트의 차가운 관능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유미주의적으로 접근했던 이전의 여성 인물화 시대를 단번에 끝장내 버린 일종의 사건이었다.

그것은 여성의 몸과 정신, 그 모두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한 평생 지니고 살았던 한 탐미주의자가 저지른 일종의 「매저키스트적 해프닝」이었는지도 모른다. 부잣집서 태어난 그는 비엔나의 화려한 여성들과 평생을 「열락」속에서 보냈다.

클림트는 고도의 장식적 예술양식인 「아르 누보」양식을 통해 「여성」에 대한 의문을 풀어갔다. 여성의 「조형성」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우화」(1883년)에서 부터 콜렉터들로 부터 가장 큰 인기를 모은 대표작 「키스」(1908) 「다나에」(1908년경)에 이르는 일련의 「여성 탐구」는 20세기 여성 미학을 여는 새로운 지평이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비엔나 시립역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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