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결혼사 통해본 다음 세기 혼인형태는…『일부일처제 이후의 혼인형식은 어떠한 것이 될 것인가』
족외혼이란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사회인류학의 비조중 한사람인 19세기 영국의 법학자, 인류학자 존 퍼거슨 맥리넌(1827∼81)의 저서 「혼인의 기원」(Primitive Marriage)이 번역돼 나왔다.(김성숙 옮김, 나남출판간)
기혼자의 「애인」 만들기가 TV드라마에 의해 미화된 모습으로 묘사된다. 정신적 불륜도 이혼의 사유가 된다는 판결도 나왔다. 한 중견소설가는 모노가미(일부일처제)는 보다 다양한 결혼형태로 분화할 것이라며 90년대의 성적 풍속도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소설을 발표했다.
우리 사회의 혼인형태가 붕괴되고 있는가란 질문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일부일처제는 과연 붕괴할까.
맥리넌의 책은 이런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하지는 않는다. 그가 이 책을 쓴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131년 전이다. 그러나 그의 저술은 모든 고전이 그러하듯 세월을 뛰어넘는 생명력을 가지고 다가온다.
『우리가 진실을 찾아내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한가지 분명하게 확신하고 있는 것은 최소한 우리가, 때가 되어 그곳에 다다를 사람들을 위해 길을 닦고 있다는 사실이다』고 그가 논문 「동·식물의 숭배」의 서두에 쓴 것처럼 말이다.
원시사회의 약탈혼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맥리넌은 약탈혼의 기원과 확산, 동족금혼 규율, 고대 친족제도 등을 분석함으로써 족외혼과 족내혼에 대한 인식과 명명, 근친금혼의 원인, 근친상간과 족외혼의 관계 등 인류학의 오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맥리넌은 이를 통해 혼인형태는 그 사회가 이룩한 발전단계에 상응해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인류의 혼인형태는 남녀성비 불균형에서 파생된 모계혈통 우선의 일처다부제에서 일부다처제로, 다시 일부일처제로 변해왔다고 고찰했다.
맥리넌이 살던 19세기에 그의 이같은 논의는 틀에 박힌 사고방식과 인식을 거부하고 인류사회의 특성과 변천과정을 재검토한 계기가 된 것이었다. 변호사였던 맥리넌은 이 책 출판 직후 책 내용에 대한 일반의 의구심과 편견 때문에 소송사건 수임이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는 인류학의 태두인 「고대사회」의 모건과도 격렬한 논쟁을 계속했다.
책을 번역한 김성숙 숭실대 법대학장은 『이 책이 세기의 전환기에 사는 사람들에게 만연하고 있는 무혼인 동거나 이혼의 다음 단계로 어떠한 혼인의 형태가 준비되는가를 곰곰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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