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우리 국민 모두는 큰 기대와 함께 새 정부의 출범을 맞이했다. 그래서 우리의 기대와 자긍심을 담아 문민정부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새 정부는 30년간 지속되어온 군사정권 하의 구악을 일소하고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야 할 시대적 임무를 부여받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현 정부가 1년 남짓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에 이러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제도적 정치 기반 구축의 일단계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다음세기의 국가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사회전반의 효율성 제고를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효율성 제고에 있어 최대의 걸림돌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임이 이번 서울시의 경우에서도 다시한번 극명하게 드러났다. 다른 무엇보다도 깨끗한 정부와 원칙이 있는 행정, 규정에 따라 움직이는 공무원으로 이루어지는 합리적 체계야말로 효율적이고 동시에 정의로운 사회의 기반이 된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해서 지금까지 사정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차례 서슬퍼런 칼날을 휘둘러댔지만 별로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아직도 구조적으로 뿌리깊이 남아 있으며,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거듭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구조적이고 만연한 부패의 고리 앞에서 일벌백계식의 단죄에 의한 대처방식은 한계가 있다. 국민 모두가 관련된 거대한 부패, 불합리, 비효율의 구조 속에서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심정적 유죄선언과 몰아치기식 단죄에 대해서는 일시적 잠복 형태의 회피적 대응만이 있을 뿐이다.
공직사회의 부패구조 탈피를 위해선 좁게는 공무원 집단의, 넓게는 국민 모두의 참여가 수반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당사자들을 배제한 어떠한 노력도 성공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우선 우리모두를 포함한 당사자들의 혁명적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개인적 직업윤리와 상호간의 책임의식에 바탕을 둔 고신뢰체계(high―trust system)로의 이행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민간단체들이 중요한 역할들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의식전환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의 정비가 필요하다. 감시와 처벌을 위한 제도 뿐만이 아니라 깨끗하고 원칙이 있는 공직수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업무수행상의 일차적 제도화가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제반 제도화의 노력들은 두가지 원칙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첫째는 규제의 최소화이고, 둘째는 책임의식에 바탕한 합리적 규제의 강화다. 이러한 원칙 하에 우리 공직사회에도 구체적인 행정개혁과 리엔지니어링의 작업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총체적 부패구조로부터의 탈출은 단기간에 쉽사리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며, 인내만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다. 의식전환과 제도의 정비를 통한 개혁의 제도화와 상시화를 통해서만이 목소리 높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정치와 국민에 대한 행정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를 향한 국민적 의지와 합의의 형성을 위해 필요한 촉매의 역할이야말로 정치적 지도자의 몫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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