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위 솟구친 용 철화로 표현/현존 도자기 그림중 “최고” 격찬세계도자기경매사상 최고가인 7백65만달러에 낙찰된 17세기 백자철화용문 항아리는 조선백자의 백미로 꼽히는 궁중항아리다. 회백색바탕의 도자기에 비룡과 구름, 연판 등이 철화로 거침없이 그려진 이 작품은 형태나 색감에서 모두 조선도공의 화려한 기교가 완벽하게 드러남으로써 철화 작품중 최고의 걸작품으로 평가되고있다.
백자중에서 대형항아리에 속하는 이 작품(지름 38.3㎝, 높이 48㎝)은 아래부분이 오목하지만 위로 올라가면서 점차 넓고 평평해지는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그 위에 용의 형상이 산화철로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가늘고 긴 세가닥 발톱을 지닌 용이 군데군데 뭉쳐 있는 구름 사이를 뚫고 여의주를 좇아가는 형상은 활기차면서도 극적인 생동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림의 경우 일반 도공의 작품이 아니라 도화원소속의 화원작품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탁월한 형상묘사, 처리기법과 더불어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산화철의 명징한 색감. 도자기배경색의 경우 본래의 회백색이 장구한 세월속에 변화를 보이고 있으나 진홍빛으로 빛나는 그림은 도자기위에 그려진 그림 중에서는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사한 소재와 기법으로 제작된 보물 645호 백자철화운용 항아리(이화여대 박물관 소장)나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에 비해 보존상태가 좋아 국보급 걸작으로 보여진다.
일본의 소장가가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지난해 10월 뉴욕 크리스티경매당시 출품되지는 않았으나 한국의 고미술상인들에게 공개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또 지난 4월에는 소장자가 직접 한국인컬렉터에 접근해 판매하려고 했으나 가격조정에 실패, 이번 경매에 내놓게 된 것이다.
한편 2백70만달러에 판매된 12세기 청자철채퇴화삼엽문매병은 높이 26㎝의 아담한 병으로 짙고 어두운 색감을 바탕으로 유약과 철화로 나뭇잎을 그려넣은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등의 소장품과 비슷한 이 매병은 당초 경매최고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정양모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임진왜란 이후 17세기에만 제작된 철화용문항아리는 왕이 사용하던 것으로 현재 20여점 이상 전해지고 있으나 일본에 일급품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일본등 외국에 나가 있는 우리나라의 고미술품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한국미술품경매에서 1백만달러 이상에 낙찰된 작품은 「신정왕후팔순진찬도」(96년·1백15만달러) 18세기 「청화백자용문항아리」(95년·1백50만달러), 15세기 「청화백자 보상당초문접시」(94년·3백8만달러), 14세기 고려불화 「수월관음도(91년·1백76만달러), 「정조의 수원릉행도(90년·1백12만달러)등이다.
국제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팔린 작품은 반 고흐의 유화 「닥터 가쉐의 초상」으로 90년 5월 크리스티경매에서 8천2백50만달러를 기록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크리스티사와 소더비사/세계 미술품경매 양대산맥
경매사인 크리스티사는 소더비사와 함께 세계 미술품 경매의 양대산맥이다. 1766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크리스티사는, 역시 런던에서 1744년에 출발한 소더비사와 함께 200년이 넘도록 미술품 경매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양사의 뉴욕 경매장은 각국의 고가미술품이 모여 항상 화제를 낳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크리스티 약 13억달러, 소더비 약 15억달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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