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관련 공화 공세에 “선거후 개정” 역공 가능성미 선거에서 민주당의 불법적인 정치헌금파문을 둘러싼 공화당의 줄기찬 공세가 결국 클린턴 대통령의 입을 열게 만들었다. 이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입을 떼지 않고 애써 외면해오던 클린턴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최근의 논란과 관련, 선거자금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식으로 표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의 입장표명은 민주당의 불법을 시인하는 식의 항복이 아니라 선거자금법 자체에 문제가 있어 선거후에 이를 개혁하기 위한 초당적인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개혁약속」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신의 결점을 간접 인정하되 상대방도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하며 한술 더 떠 전반적인 개혁을 자신이 주도하겠다고 맞받아치는 것이다. 선거전에서의 쟁점이 슬그머니 선거후의 과제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대통령측이 외국기업으로부터 불법적인 정치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정치헌금파문은 상대편인 공화당에게는 별다른 이익을 안기지 못했다. 이 파문이 당장 공화당에 표를 몰아줘 밥 돌 후보의 열세를 만회케 하는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들인 공에 비하면 효과를 거의 챙기지 못했다. 오히려 엉뚱하게도 미국정치에서의 개혁론자들이 정치헌금파문의 과실을 따먹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선거자금법 개혁이 선거후의 과제로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정치헌금 추세를 보면 합법적인 경우에도 확실한 반대급부(이익)를 노리고 거액헌금을 노골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행정부가 담배를 마약으로 규정, 판매를 규제하려고 들자 거대 담배제조회사인 필립 모리스와 RJR나비스코는 각각 200만달러와 130만달러 이상씩을 공화당에 기부했다. 또 공화당쪽이 법정변호사 개혁을 시도하자 법정변호사협회는 170만달러 이상을 민주당에 헌금, 현행 변호사제도의 현상유지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이 총기류를 규제하려고 들자 총기협회는 공화당에 거금을 내놓으며 편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모두 불법적인 시도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선거자금법 개혁은 이번 정치헌금파문 이전부터 문제가 돼왔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행 선거자금법의 수혜자가 바로 기성 정치권이라는 점때문에 중간중간의 개혁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수혜자가 자신들의 혜택을 스스로 버리기는 그만큼 어려웠다. 이번 선거 전에도 소프트 머니를 규제하고 영주권자의 정치헌금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메케인―파인골드법안」이 의회에 상정됐지만 통과되는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회의론자들은 이번에도 선거후의 개혁이 별다른 결실없이 논의만 계속되다가 용두사미 격으로 끝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워싱턴=홍선근>
◎대선 D3일 스케치
○빌 리처드슨 의원 입각설
○…북한 공비침투사건 직후 한국정부의 반대로 북한방문 계획이 무산돼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진 빌 리처드슨 미 민주당하원의원(뉴멕시코)이 차기 클린턴내각에서 에너지장관이 유력시된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31일 전했다.
리처드슨 의원은 클린턴의 측근으로 92년 클린턴행정부 출범 당시부터 입각설이 나돌았는데 호화판 해외여행으로 구설수에 올라있는 헤이즐 올리어리 장관의 후임으로 자주 거명돼왔다. 그는 이번 선거직후 지난번 취소된 북한방문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법헌금설 조사 특별검사 임명 검토
○…제닛 리노 미 법무장관은 31일 민주당에 대한 불법헌금설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존 메케인 공화당 상원의1원 등이 중국계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전 부의장 존 황과 관련된 「인도네시아 게이트」사건을 조사하라고 강력히 촉구하는 가운데 DNC가 연루된 선거자금 파문이 꼬리를 물자 리노 장관이 특별검사의 지명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한편 존 황이 지난 1년3개월 동안 백악관을 무려 78차례나 방문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의혹을 사자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은 『클린턴 대통령이 아시아계를 비롯한 소수민족에 관심을 가져온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면서 『존 황의 백악관방문은 선거자금 모금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페로 “포레스트 검프도 돌보다 총명”
○…밥 돌 공화당후보의 사퇴요청을 묵살한채 선거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로스 페로 개혁당후보는 돌후보측이 최근 그와의 비밀회동 사실을 사전에 언론에 흘린데 대해 『포레스트 검프(영화의 주인공)도 밥 돌보다는 똑똑했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언론들 “투표종료전 승자발표 유보”
○…ABC, NBC, CBS 등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대선 당일인 5일 동부에서의 투표종료 직후 발표키로 했던 출구조사 결과를 서부지역에서 투표가 끝날 때까지 공표하지 않기로 31일 합의했다.
이들 방송사는 미국의 동서부가 3시간의 시차가 나기 때문에 동부에서의 선거결과를 미리 발표할 경우 서부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특히 공화당측은 방송사들이 동부와 중부에서의 「클린턴 승리」를 미리 방송하면 서부의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우려, 선거결과 예상보도의 자제를 요청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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