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1백만 시민을 농락한 서울시내버스요금 인상비리를 보면서 어떻게 그러한 기초적 부정이 가능했을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그러나 서울시버스요금조정과정을 조금만 살펴보면 그보다 더한 부정도 가능했겠다는 것을 쉽게 알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 서울시는 버스요금 조정권한을 인수받았으면서도 버스요금조정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어떤 행정기구도 만들지 않았고 대책도 없었다. 불과 계단위에서 주먹구구식 버스요금조정행정을 하도록 방치했기 때문에 그러한 구조적이고 기초적인 부정이 가능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버스요금비리는 비록 부정이 시고위층까지는 뻗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근본적인 책임을 면키 어렵다고 우리는 보게 되는 것이다. 또 이러한 버스요금 부당인상의 비리가 끼여들 개연성은 버스요금 조정 권한을 함께 인수받은 여타 14개 시·도도 예외일 수 없다. 시·도버스요금은 과연 문제가 없는지를 걱정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울시와 5개 광역시 및 9개도가 버스요금조정권한을 재경원으로부터 인수받은 것은 94년 7월1일이다. 그러나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지만 서울시는 시민의 발인 버스의 요금조정이라는 막중한 권한을 인수받으면서 요금조정행정을 맡을 기구도 만들지 않았고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교통기획관실산하 대중교통1과의 운수행정계에 맡겨 버렸던 것이다.
때문에 서울시버스요금조정은 버스운송사업조합이 하는 것이나 다를게 없었다. 사업조합이 수익금을 빼돌리고 적자계정한 손익계산서가 버스운영의 원가계산 기초자료가 되는데도 서울시는 검증할 행정능력이 없어 사업조합이 신청하는 버스요금인상률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업자편익위주의 요금 행정을 폈던 것이다.
버스운영 원가산출을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한 주체가 서울시가 아닌 버스사업조합이었다는 것만 봐도 서울시버스요금행정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또 서울시의 버스요금조정행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고 입만 열면 적자타령을 하는 업자편에 치우쳐 있었던가를 입증하는 것은 버스회사의 적자규모 75억원에 대한 시민단체의 추적결과다. 시민단체가 버스업체들이 세무서에 신고한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만을 추적해도 적자규모를 손쉽게 밝혀낼 수 있는 것을 서울시당국만 몰랐던 것이다.
실사는 커녕 검증 노력도 해보지 않은채 업자들의 주장인 1천5백15억원을 적자로 인정, 요금인상률을 17.6%나 책정해 서민들 부담을 가중시킨 것을 보면 요금행정의 불재가 어느 정도였는가를 알고도 남는다.
때가 늦기는 했어도 버스·택시·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의 적정한 요금을 책정하는데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행정기구를 시장직속 기관으로 설치해야 한다. 운영원가를 정확히 산출, 인상률 책정의 기초로 삼기 위해서는 대중요금과 생필품 원가산정을 해낼 수 있는 기구도 만들어야 한다. 주먹구구식 행정을 청산하지 않는 한 부정과 비리는 뿌리뽑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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