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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닥잡힌 「공기업 민영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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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닥잡힌 「공기업 민영화」(사설)

입력
1996.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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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부터 시작해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던 공기업 민영화 시책이 새로 가닥을 잡게 됐다. 정부가 1일 발표한 공기업 경영 효율화 및 민영화 추진방안은 대규모 공기업은 먼저 출자기관으로 전환시켜 민영화 여건조성에 주력키로 하고 중소규모 공기업은 몇가지 유형으로 묶어 각각 실정에 맞는 방법으로 민영화를 즉각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지금까지 공기업 민영화가 부진했던 것은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담배인삼공사나 가스공사 한국중공업같이 덩치가 큰 공기업들은 특혜시비나 경제력집중 등 무시할 수 없는 부작용을 덮어누른채 무조건 민영화를 강행해 나갈 이유가 없는 일이었고 국민은행이나 외환은행 이동통신 등도 증시불안 등으로 주식매각이 여의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공공부문의 생산성을 높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자는데 목적이 있는 것인 만큼 그 목적에 합당치 않은 무리한 민영화 추진은 옳지 않다는게 우리의 입장이었다. 가령 잘해나가고 있는 포철을 느닷없이 민영화시키기로 한다면 포철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민영화 본래의 목적보다 포철을 누가 갖고 가느냐, 그에 따라 재계판도가 어떻게 바뀌느냐 하는데 더 관심이 쏠릴 것이며 쓸데 없는 분란만 야기될 것이다. 가스공사나 한중도 사정은 같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부가 이들 대규모 공기업에 대해서는 일단 출자기업으로 전환시켜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토록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가면서 민영화 여건을 성숙시켜 나가기로 한 것은 올바른 방향설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경제가 어려운 때에 공연히 분란을 일으켜 덩치 큰 재벌기업들이 사활을 건 영토싸움을 벌이도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 성급한 일처리로 특혜의혹을 불러 두고두고 말썽의 불씨를 남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덩치가 작은 중소규모 공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대로 각각 실정에 맞는 매각 방안을 강구해서 조속히 민영화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대안으로 제시된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체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정착돼 나갈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전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 정치적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자율적 책임경영체제를 수립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방안의 제시가 없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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