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추문 맞불 주효 그래도 클린턴 지지이번 미국 대선에서 선거자금문제는 민주·공화양쪽 후보진영이 모두 구린 구석을 갖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측은 한때 논란이 됐던 아시아계의 불법 정치헌금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명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끝까지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클린턴 대통령을 택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밥 돌 공화당 후보도 외국으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았다는 클린턴 대통령 진영의 맞불작전이 효과를 발휘했다.
이번 선거자금은 선거를 의식하기 시작한 지난해 1월부터 올 9월사이에 공화당이 2억3,900만달러를 모았다. 92년 선거 당시 같은 기간에 비해 141%가 늘어난 규모이다. 민주당은 1억7,600만달러를 모금, 147%가 증가했다.
이같은 전반적 증가세 중에서도 「소프트 머니」의 급증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 선거법상 특정 후보에 대한 정치헌금은 기업의 경우 5,000달러, 개인은 1,000달러로 각각 제한돼 있다. 이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 실제로는 특정후보에 지원하면서도 형식적으로는 소속정당에 내는 기부금인 소프트 머니가 공화당은 8,700만달러로 181% 늘었고 민주당은 8,400만달러로 271% 급증했다. 그만큼 편법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정치자금 면에서 아직도 뭔가를 은폐하려들고 있다는 의혹은 선거직전인 10월 상반기의 선거재정보고서를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늑장 제출한데서 비롯된다. 민주당은 당초 재정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려 방침을 정했지만 선거감시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29일 뒤늦게 이를 FEC에 제출했다. 그것도 지출내역은 제외한채 수입내역만 보고했다.
민주당은 또 연방법원에 소환된 상태인 존 황 전 재정위원회 부위원장의 법원출두를 선거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가 기각됐다. 존 황이 관련된 인도네시아재벌의 45만달러 기부, 한국기업의 25만달러 기부 및 환불, 불교사원에서의 14만달러 모금 등은 여전히 미제상태다.
공화당 정치자금 중에서는 호주 출신의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100만달러를 캘리포니아 공화당에 헌금한 사실이 민주당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머독은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과 각별한 사이인데 94년 깅그리치 의장과 450만달러의 선금을 주고 출판계약을 맺어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당시 깅그리치 의장은 선금으로 1달러를 받는 것으로 출판계약을 마무리했다. 이같은 과거사 때문에 민주당은 머독이 깅그리치 의장의 요청으로 3∼4석의 하원자리를 사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주차원에 지원했다고 정치공세에 열을 올렸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워싱턴=홍선근>
◎이번 선거자금 얼마나 뿌릴까/총비용 16억불 사상 최대 돈싸움/대선 총 8억불·연방상원 1인 평균 450만불 들듯
미 정치인들이 당선을 위해 쏟아붓는 돈은 어느정도일까.
현지 선거전문가들은 무려 16억달러(1조2,96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이 이번 대선과 상·하 양원선거에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대선만해도 4년전보다 3배에 달하는 8억달러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대의 돈싸움」으로 이번 대선이 불리워지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이에따라 선거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미국의 「정치 산업」규모는 올해 총 80억달러선을 넘어 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 지적이다. 웬만한 후발 개도국의 한해 예산과 맞먹는다.
의회선거에 출마하는 정객들도 「주머니」가 두둑해야한다. 연방상원의 경우 92년 선거에서 당선자 1인당 평균 380만달러의 비용을 썼으나 이번에는 당시보다 최소한 20%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와이오밍이나 몬태나처럼 인구규모가 작은 주는 300만달러 정도의 비용으로 충분하지만 캘리포니아, 택사스같은 큰 주는 많게는 1,500만달러는 써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돈공세가 당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9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연방상원의원직에 도전했던 마이클 허핑턴 공화당후보는 2,900만달러를 투입했지만 낙선한 예도 있다.
연방하원의 선거비용은 92년 선거의 경우 평균 54만4,000달러 수준. 상원의원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선 이마저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원 선거비용은 주로 방송등 매체를 통한 정치광고와 여론조사기관에 들어간다. 최근에는 유능한 정치참모들의 영입에도 적지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지명도가 높은 정치참모는 최소한 30만달러의 고액연봉을 약속해야 영입할 수 있다. 현직 상원의원 가운데 3분의 2가 연봉 10만달러 이상의 보좌관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선주자측의 모금방법도 흥미를 끌고 있다. 민주당은 10만달러의 기부금을 내놓을 경우 빌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하는 두차례의 만찬에 초대받을 수 있으며 5만달러를 내는 유권자에게는 부통령이 주최하는 리셉션에 참석할 수 있다.
공화당은 25만달러의 정치자금을 헌납하는 지지자에게는 밥 돌 후보와의 아침식사를 약속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선거자금을 위해 정치인들이 어릿광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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