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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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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타고다니는 돈 많은 사람들을 다 죽여 세상에 복수하고 싶었다』 스스로를 막가는 인생으로 단정한 살인집단 「막가파」 두목 최정수가 기자들에게 범행의 동기라고 갖다 댄 말이다. 『그랜저 타고다니는 압구정동 야타족들을 모두 죽이고 싶었다』는 지존파 일당들의 영락없는 모방이다. 영화 「보스」의 조양은처럼 멋지게 살고 싶었다는 말도 했다. 전도된 가치관이 어이없다. ◆그들이 모방한 것은 지존파의 잔혹한 범죄수법 뿐, 지존파 일당이 감옥에서 얼마나 참담한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는 모르는 것같다. 악마의 대리인을 자처했던 지존파 두목 김기환은 지난해 1월 항소심 선고공판 최후진술때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 유족 국민 모두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인육을 먹었다던 김현양은 후견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얼마 남지 않은 생애,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겠다』고 썼었다. 그러나 출옥후 자신의 얘기를 영화(보스)로 만들며 주연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조는 영화를 만들면서 주먹을 휘둘러 말썽을 일으키더니 끝내는 옛부하를 살해하도록 교사한 사실이 들통나 지난 8월 다시 구속됐다. ◆그들이 존경했다는 지존파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조도 다시 교도소로 돌아갔다. 「선배」들의 범죄행위는 멋져 보였는지는 모르지만 그 결말이 어떤지는 관심이 없었던 것같다. 막가파와 지존파를 굳이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공통된 것은 돈 때문에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세상탓으로 슬쩍 돌려 놓은 점이다. ◆지금의 심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는 후회한다고 말했다. 얼굴표정에도 후회의 빛이 역력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분수에 없는 외제차를 탔을 뿐인 평범한 독신녀를 생매장한 「실수」에 대해선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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