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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안팎으로 곪고 있다/눈덩이 무역·경상수지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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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안팎으로 곪고 있다/눈덩이 무역·경상수지 적자

입력
1996.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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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등 주력품목도 수출 부진/고가소비재 수입 갈수록 늘어우리경제가 선진국 문턱에서 밀려나지 않나 하는 불길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품목은 물론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주력품목의 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재고는 급증하고 있다. 반면 고급소비재 수입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안팎으로 곪고 있는 것이다.

우선 경상수지적자규모가 우리 경제력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올들어 9월말까지 경상수지적자는 1백70억9천만달러. 월간 적자규모는 전달에 비해 절반이하로 줄었지만 이 상태로 가면 올 한해동안 경상수지적자규모는 2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적자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음에 따라 외채도 크게 늘어나 국가신용도는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저축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마당에 외국자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경상수지 적자규모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대선진국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9월까지 대선진국 무역적자는 3백억9천만달러에 달했다. 중·경공업제품 모두 선진국시장을 공략하지 못하는데다 낙후된 기술수준을 만회하기 위해 핵심장비 등 자본재를 선진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진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선진국에 고스란히 갖다바치고 있는 셈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이었던 미국과 일본으로의 수출이 갈수록 줄고 있다. 올 9월까지 대미수출은 의류와 신발이 19.7%, 33.1% 각각 줄었고 철강과 전자도 23.3, 8.2% 감소했다.

대일수출도 철강이 43.6%, 전자 12.5%, 의류 19.8% 줄었다. 『수출할수록 선진국만 먹여살린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게다가 우리의 상품이 통하던 중국 동남아 남미 등도 저렴한 인건비 등을 기반으로 바짝 우리를 따라붙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수출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철강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들의 수출증가율도 올들어 9월까지 9.9%에 불과,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7%에 비해 크게 낮다.

최근 소비성향의 고급화로 소비재수입이 증가한 것도 경상수지 적자폭을 늘리는데 한몫 하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미국으로부터 담배 화장품 의류 등 비내구소비재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1% 증가했고, 가전 승용차 등 비내구재도 11.4% 늘었다.

재고누적도 심각한 상태다. 물론 산업생산은 7, 8월의 연속 8%(전년동월대비)대 증가에 이어 9월중에는 예상보다 둔화한 7.4%의 성장을 보였다.

조업일수가 추석으로 인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일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9%의 성장과 다름없으며, 경기연착륙으로 가고 있다는게 통계청의 분석.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재고증가율이 8월(18.5%)보다 높은데다 올해 최악이었던 6월(20.9%)에 근접하는 20.4%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지택 통계청 조사통계국장은 『예상보다 산업생산 둔화폭이 적다』며 『그러나 경기의 하강국면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가와 실업률 등이 당초보다는 안정되고 있는 등 좋은 지표들이 눈에 띄지만 구조적으로 약화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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