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연극 잃었던 맥 되찾았죠”/기생조합·권번 존재 통해 「근대 전통단절론」 통념 깨/박승필과 전통예술극장 광무대 역할도 첫 조명연극사 전공학자 유민영씨(60·단국대 국문과 교수·예술의 전당 이사장)가 2백자 원고지 5천장 분량의 방대한 저서 「한국근대연극사」(단국대 출판부간)를 냈다. 19세기 말 개화기부터 광복때까지 연극사를 정리한 이 책은 자료수집에 30년, 집필에 12년이 걸린 역작이다. 저자 스스로 필생의 업이라 말할 정도이다.
지금까지 한국연극사 저술이라곤 김재철의 학사논문 「조선연극사」(1933), 북한의 한 효가 쓴 「조선연극사 개요」(1955), 이두현의 「한국연극사」(1973) 등 세 편뿐이었다.
유씨는 『근대문예사를 주체적 시각에서 정리하고 민중생활사를 쓴다는 각오로 입체적 기술을 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근대문예사를 서양문화 이식의 역사로 보아온 전통단절론의 허구성을 확인했다는 것. 기존 연구에서는 일제 강점 이후 전통연극의 진전이 전혀 논급된 바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은 공백기로 여겨졌던 이 시기 전통연극을 찾아 복원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대동아전쟁 때 많은 예인들이 일제의 강제징집으로 끌려가기 전까지 전통연희는 기생조합과 권번을 중심으로 끈질기게 이어졌다. 특히 33년 소실된 광무대극장은 신파극과 영화가 기세를 떨치는 가운데도 30년간 전통예술 전용극장으로 버티면서 근세 격동기에 전통연극의 맥을 잇는 데 큰 몫을 했다. 민족주의자였던 광무대극장 주인 박승필의 고집 덕분이었다. 이 책은 박승필의 그러한 역할을 처음으로 조명하고 있다.
막이 내리면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는 연극의 특성 때문에 유씨는 자료수집에 막대한 정력을 쏟았다. 신문 잡지의 토막기사나 광고를 포함해 각종 공연기록과 희곡작품, 비평, 연극인의 증언 등 『갈퀴로 긁듯』 가능한 모든 자료를 수집, 체계적 연구로 집대성했다.
『60년대 명동 국립도서관에 도시락 싸들고 출근하듯 드나들며 개화기 신문 잡지 뒤지는 것부터 시작했죠. 복사기가 없던 시절 개인이 갖고있는 자료는 일일이 찾아가 손으로 베꼈습니다』
그는 이번에 낸 책 외에 앞으로 원시시대부터 19세기말까지의 고전연극사, 광복 후 오늘날까지 현대연극사를 추가 저술, 한국연극사 3부작을 완성함으로써 연극인생의 대미를 장식할 계획이다.
유씨는 지난 9월 러시아 고등과학원에서 한·러 교류와 연극사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인으로는 처음 인문학 원사학위를 받았다. 러시아의 원사는 박사―후보원사의 윗단계로 최고의 영예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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