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도발 유혹을 막는 길이 독자적 방위능력 확보에 있음은 상식이다. 이 상식이 새삼스러운 것은 북한 잠수함 무장공비 침투 사건을 겪으면서 한미공조의 틀에 무언가 믿음직하지 못한 구석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각성 때문이다.오늘부터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는 따라서 북한의 정전협정 파기선언 후 계속된 무력시위와 잠수함 공비 남파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군사위협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양국 연합방위태세 강화를 다짐함으로써 한미간의 결속을 내외에 과시하는 일이 첫번째 과제라고 본다. 이번 회의는 또 개편된 우리 군 수뇌와 미국팀의 첫번째 만남이라는 점에서 우리측의 새로운 대북자세를 미국에 전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만하다.
북한은 공비침투사건 후에도 한반도는 물론 북경 도쿄 하바로프스크를 사정거리 안에 넣는 1천㎞급 미사일 노동1호 시험발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장거리포를 늘려 휴전선 인근에 전진배치하는가 하면 해군의 서해침투 훈련이 눈에 띄는 등 무력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육해공 3면의 동시 기습공격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백서나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보고서도 같은 분석을 하고 있다. 공군의 전투기 증강이나 지상군의 야포와 미사일, 해군의 침투용 잠수함 전력강화가 그것이다. 생포공비 이광수는 북한이 현재 1천톤급의 후방교란용 경잠수함을 집중 건조중이며, 이번 잠수함 침투도 이같은 기습전에 대비한 사전 정찰이 그 목적이라고 증언했다.
위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엔이 29일 북한에 대해 핵안전협정 준수를 촉구한 것이나, 북한이 인도 파키스탄과 함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 미서명 국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아직도 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만일의 경우 북한이 제네바합의의 틀을 깨고 핵무기를 개발해 그들의 발전된 미사일에 장착하고 우리를 위협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도 가공할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미 양국의 군사공조는 물론 이같은 상황을 사전에 저지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그러나 직접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동북아 전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미국의 대북전략에 맞춰만 갈 수는 없다. 공조의 틀 안에서 독자적 방위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미관계를 이간하고 무력도발을 일삼는 북한의 행태를 그만두게 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한국군이 북한군에 대해 「힘의 우위」를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측은 이 점을 미국측에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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