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하며 잠깐 일해도 한달 20만원 수입 거뜬”중학교 3학년인 아들을 두고 있는 김길묵씨(주부·39·서울 노원구 상계1동 수락주공아파트)는 살림은 살림대로 야무지게 해내면서 짬을 내 컴퓨터를 다뤄 한달에 2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리고 있다.
『열심히만 하면 한달에 60만원 정도 버는 것은 쉬워요. 하지만 그렇게 일에 매여 살고 싶지 않아요. 그저 아들 학원비 버는 정도로 만족해요』라고 말하는 김씨에게는 자녀 과외비를 댄다고 요상한 짓까지 한다는 주부들이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김씨가 컴퓨터로 부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93년에 이 자격증을 땄다.
처음 컴퓨터를 배운 것은 6년전 경기 오산에 살 때이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 동네에 개설된 무료 컴퓨터 학원에 함께 다니면서김씨는 처음 만져 본 컴퓨터에 아들보다 먼저 푹 빠져버렸다. 92년에 서울로 이사온 후 집 가까이 있는 북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웠고 YWCA 「일하는 여성의 집」 전자출판반 수강으로 이어졌다.
김씨가 지금 하는 일은 책의 전자출판. 출판사에서 원고를 받아 편집된 모양에 맞게 컴퓨터로 쳐주는 일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일은 굳이 자격증이 없어도 컴퓨터만 다룰 줄 알면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씨는 『정보처리 기능사 자격 시험을 준비하면서 컴퓨터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고 그걸 기반으로 컴퓨터를 능란하게 다루게 됐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자격증 취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어지간한 고장은 모두 자기 손으로 고칠 정도가 되었다. 여고만 졸업하고 살림만 해온 주부로서는 뒤늦은 개안이 아닐 수 없다.
김씨는 『컴퓨터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 내친 김에 방송통신대 전산학과에 입학해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데 경쟁률이 높아 엄두를 못낸다』며 『뒤늦게 공부에 눈뜬 늦깎이 학생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아쉽다』고 덧붙인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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