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발행되는 「트렌드 저널」이라는 간행물 최근호 기사에 한참이나 눈길이 멈춰졌다. 내용인즉 지구촌 시대에 미국의 국제화가 퇴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매체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 가운데 국제 뉴스가 줄어드는 반면 미국 뉴스가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인들이 해외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제 문제를 등한시 하는 새로운 경향은 공산권 몰락이후 해외뉴스의 비중이 떨어진데 그 원인이 있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90년대 들어 공산권이 붕괴하고 일본과 서유럽 경제가 침체하는 과정에서 미국 경제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런던·도쿄(동경)와 함께 세계 3대 축을 형성했던 뉴욕은 어느 사이엔가 다른 두 곳을 부심으로 밀어내고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중심의 사고, 신보수주의 물결이 국제화의 퇴조라는 신조류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로어맨해튼을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는 정장의 비즈니스맨에서, 6,000 포인트를 오르내리는 빅보드(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지수에서 미국경제의 활기를 느낀다. 일본의 미쓰비시(삼릉) 미쓰이(삼정) 다이와(대화)나 영국의 로이드가 맨해튼에 널찍한 사무실을 두고 수백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도 뉴욕의 중심적 위치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국제화를 주창한지 몇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조그마한 투자신탁회사까지 뉴욕에 지사를 설치하는 등 한국기업의 해외 진출은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독자적인 영업권과 인사권을 가진 뉴욕 지사를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서울 본사의 사업지원과 정보수집이 주업무고, 은행의 경우 한국계 기업과 교민을 상대하는 영업이 고작이다. 서열위주의 한국적 업무추진에 적응하지 못해 현지채용인의 이직률이 50%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세계 어느 공항에서나 카트에 한국 기업 로고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의 국제화는 공항 카트 수준에 머물고 있고, 한국기업은 세계 중심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국제화의 퇴조가 미국의 경우 우월감에서 나온 것이라면, 한국은 미숙함에서 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뉴욕=김인영 특파원>뉴욕=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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