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키우자” 미·유럽 미디어재벌 합병 물결새벽 1시 홍콩의 금융가. 세계환율변화를 모니터하던 한 외환딜러가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위성방송 ANBC를 켜자 미국에서 유행중인 화장의 색채와 화장품업계의 동향이 소개되고 있었다. ESPN에서는 PGA투어이벤트가 나왔다.
이처럼 위성방송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정도여서 그 위력이 가공할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임상원 고려대 교수(신방과)는 『위성방송은 낮밤의 구별이 없어지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정보를 쫓는 등 유목민화한 현대인의 생활양식을 뒷받침하는 매체』라고 소개한다.
현재 세계미디어산업의 핵으로 등장한 위성방송은 94년 5월 세계최초의 디지털 다채널방송인 미국 디렉TV가 출현했을 정도로 역사가 짧다.
그러나 컴퓨터와의 매체융합, 디지털압축기술의 발전 등으로 전대미문의 발전을 하고 있다.
기업간 합병을 통한 거대사업자의 출현, 새로운 시장개척과 소프트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이다.
지난 2월 미국에서의 신통신법통과는 위성방송의 경쟁논리를 요약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화회사와 케이블회사와의 사업구분을 완전 철폐하고 방송국의 소유상한선을 35%로 늘리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신통신법에 대해 FCC 엘리어트 맥스웰 정책기획국 부국장은 『규제완화를 통해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헐리우드를 중심으로 영상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라디오방송계의 양대기업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과 인퍼니티브로드캐스팅의 합병, 타임워너와 CNN을 소유한 터너브로드캐스팅의 합병 등이 잇달고 있다.
대기업간의 합종연횡은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유럽은 프랑스의 카날플뤼와 독일 베르텔스만그룹, 영국BskyB 등 위성사업자들이 올해초 동맹관계를 맺는가 하면 뮌헨의 언론재벌 키르히그룹은 미국의 비이어컴과 협상, 막대한 양의 프로그램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러한 「덩치키우기」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백개의 채널을 운영하는 사업의 규모, 단기간에 승부를 가리기 어려운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방송을 산업적 논리로 접근하는데 알레르기반응을 보이고 있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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