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국민의 성원 속에 출범한 15대 국회의원들의 첫 재산공개에 대한 실사인만큼 어느정도 맵고 호된 심판(징계)을 내릴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껍데기뿐인 속빈 강정으로 3개월간 실사시늉만 낸채 철저히 봐주기식으로 일관한 것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가 본 성실신고와 관련, 현역 6, 14대의원 1명 등 6명에게 미공개경고를 하고 현전의원 53명에게 등록재산 상황의 보완지시를 내린 것은 그야말로 난센스라고 할 수 있다.재산실사를 국회마저 이런 식으로 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의원들의 재산신고나 실사결과도 신뢰하지 않아 결국 그토록 훌륭한 제도인 재산공개제는 한낱 장식품으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은 맑고 깨끗한 공직풍토를 조성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 깨끗한 정치풍토 확립과 관련, 소유재산에 대해 건강진단을 하는 셈이다. 5공때 실시된후 3급이상 공직자들의 재산등록만 실시, 유명무실했던 제도를 93년 재산공개 파동을 계기로 공개를 의무화하고 엄정한 실사를 받게 했었다. 사실 실사없는 재산공개도 그렇고 특히 형식적 실사를 하는 재산공개제도는 껍데기 제도인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3년째 접어들면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즉 직계 존비속중 피부양자가 아닌 출가자녀 등에 대해 재산등록을 기피할 수 있어 은닉에 악용되고 있고 거액을 누락신고 했다가도 나중에 「몰랐었다」는 해명정도로 구제될 수 있으며 신고 가액도 당국의 공시가기준이어서 실제와 큰 차이가 있다.
또 국회윤리위의 경우 9명중 4명이 의원이어서 징계요건인 3분의2 찬성을 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 큰맹점은 신고당시의 재산상황만을 실사하여 재산형성과 축재과정의 합법성·도덕성을 추적할 수 없는 점이다. 결국 땅투기·탈세·직위를 이용한 축재를 했어도 무방하며 적당히 신고만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재산공개의 원조국인 미국의 경우 선거직·임용직 고위공직자 전원의 재산형성의 합법성검증·탈세·투기 등을 관계기관에서 심사하여 가차없이 징벌·사퇴케함은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공직자윤리심사·재산공개와 실사제도는 중대한 기로에 직면했다. 당연히 지금식의 형식적 실사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윤리위자체를 국회외의 각계인사로 구성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7∼10년전까지의 재산형성상황을 검증하며 은닉·누락신고할 경우 정직 내지 해직되도록 해야 한다. 신고가액도 당시 시장가격으로 신고케하고 등록과 실사·징계를 완전공개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이제 국민들은 1년에 한번씩있는 공직자들의 형식적인 재산공개·청렴자랑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이런데도 이 제도를 방치할 것인지 여야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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