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의 미 대통령선거에서 포드의 러닝메이트였던 밥 돌은 부통령후보의 자격으로 고향 캔자스주를 방문하면서 눈물을 흘린 일이 있었다. ◆2차 대전에 나가 왼쪽 팔을 상한 불운때문에 그의 첫 결혼생활은 깨져버리고 정처없이 고향을 등진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운명이 그를 버리지 않아 공화당 부통령후보까지 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에 감격했었다. 고향 비행장에 모여든 환영군중을 바라보면서 트랩을 내리는 동안 그만 울음보를 터뜨려 버렸다.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튿날 뉴욕 타임스는 사설에서 「슬픈 돌(Doleful Dole)」이라는 제목으로 이런 감상주의적인 인물이 어떻게 복잡한 백악관의 중대사를 맡을 수 있겠느냐고 혹독한 비판을 해 결국 그 울음은 포드―돌 후보의 패배를 안겨주는 악재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20년동안 돌은 성실한 상원의원, 배짱있는 야당원내 총무로서의 이미지를 심어 공화당대통령후보가 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행운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다. 돌은 부상당한 장교출신이고 클린턴은 기피자이며, 그는 여성스캔들이 없으나 클린턴은 섹스비행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플라워스사건을 비롯한 많은 섹스 및 금전적 스캔들이 있고, 축소재정을 운용하여 미국경제를 살리겠다는 돌의 정견은 많은 전문가들의 동의를 얻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클린턴을 따라잡을 만한 유권자 지지율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11월 선거는 클린턴이 이미 총선거인단수의 85%를 확보하고 있어 투표는 하나마나다. 『이번 선거는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이냐의 선택이 아닌,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의 선택문제』라고 한 클린턴의 캐치프레이즈가 먹혀 들어간 것이다. 돌측의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름이 슬퍼 결국 실패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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