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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역사교육」 논쟁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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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역사교육」 논쟁 재연

입력
1996.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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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아일랜드 대기근」 강의 의무화에/“당국의 특정역사 선별은 월권” 반발 많아미국 교육계와 이민집단들 사이에 역사교육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뉴욕주가 최근 초등학교 역사교육 과정에 「1840년 아일랜드 대기근」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도록 한 법률을 통과시킨 것이 발단이 됐다.

주당국은 이같은 입법이 학생들에게 「뿌리의식」을 일깨워 주기 위한 취지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1840년대 아일랜드를 휩쓴 감자 대흉작으로 100여만명이 뉴욕으로 이주, 뉴욕 문화의 중요한 요소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뉴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기근의 역사적 의의를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미국인 4,000만명이 아일랜드계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대기근을 피해온 이민자들의 후손이다. 또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온 신교도가 세운 미국에 아일랜드인이 들어와 가톨릭을 접목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당국의 설명도 설득력을 갖는다.

반대자들은 그러나 당국이 특정 역사적 사실을 선별해 교육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월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게 마련인 데 이중 어느 해석을 교육해야 할 지도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민집단간에도 이견은 크다. 프랑스 문화에 뿌리를 둔 캐나다 접경의 뉴욕주 서북부 지역 주민들은 대기근 보다는 오히려 프랑스대혁명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욕주는 앞서 94년에도 인권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취지에서 노예제도와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캄보디아 「킬링필드」교육 등을 의무화해 논쟁을 야기한 바 있다. 당시 유대인 단체는 『킬링필드를 의무교육 사항에 포함시킬 경우 기존 유대인 대학살 사건이 희석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비슷한 논쟁은 뉴저지, 플로리다, 몬태나주 등에서도 한창이다. 뉴저지주는 올해 초 아일랜드 대기근과 1915년 오스만 터키에 의해 저질러진 아르메니아인 100만명 대학살 사건을 교육하도록 법제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내용을 둘러싼 이같은 논쟁은 지금까지 다인종·다문화 이민사회를 미국적 공통문화로 융합시켜온 소위 「멜팅 포트」의 기능약화에 따른 문화 이질성 확대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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