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가로쓰기 등 신세대 겨냥 편집 필요3월25일 첫회로 「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에 지면평을 게재한 이래 6회에 걸쳐 한국일보의 지면을 평가하고 가능한 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약 7개월에 걸친 평가 결과 다음과 같은 총체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첫째, 한국일보는 다른 신문들에 비해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나 뚜렷한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C신문이 지니고 있는 「보수성」, H신문이 지니고 있는 「진보성」 등 특정신문을 생각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특정성향이 약하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일보도 다소 「보수성」에 치우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특정측면은 「진보적」색채도 띠고 있고, 독자들에게는 「무색무취」하다고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신문도 일반 상품들과 같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장점들이 소구되듯이, 한국일보만이 지니고 있는 특성과 장점들이 뚜렷하게 인각되어 소구되었으면 한다.
둘째, 한국일보의 지면은 아주 다양하게 구성되어 독자들의 필요와 요구를 소화내려고 하는데 그것이 장점이면서 또한 단점이라고 하겠다. 일부 신문들이 섹션이라고 하여 주요 부분들, 예를 들어 「정치·사회」 「경제·업계」 「스포츠」 「연예·오락」 등을 독립적으로 편성하여 지면구성을 하는데 비해 한국일보는 그와같은 독자적 부문에 의한 독립적 구성이 되어있지 않아 여러부문들이 혼재되어 있는 인상을 심어준다.
또한 지면자체의 구성도 1면과 2, 3면 및 사회면을 제외하면 지면들이 지니고 있는 부문별 특성이 뚜렷하지 않아 독자들에게 지면별 차별성을 두드러지게 인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일보도 섹션신문화나 지면구성의 차별화를 통해 독자들이 편리하고 쉽게 자신들이 원하는 지면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면을 재구성하였으면 한다.
셋째, 한국일보가 지니고 있는 지면의 종류에서 가장 강점으로 대두되는 면은 「정치면」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현상이 발생하면, 한국일보는 여타 신문들에 비해 신속하고 풍부한 양으로 구석구석 다루어주고 있다. 그리하여 많은 독자들이 한국일보하면 「정치면이 강한 신문」으로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양이 많고 신속하다 보니 보도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성」과 「객관성」이 다소 미흡하게 되는 것 같다. 정치현상이나 정치인의 행적에 대해 꼼꼼히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게재하기 보다는 「추측」과 기자들 나름의 「판단」을 가지고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현재 문제되고 있는 「이양호 비리」도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양호 전 국방장관을 둘러싼 비리를 일개 무기상의 폭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의 폭로의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대서특필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그의 폭로가 흔들릴 때마다 기사의 흐름도 흔들거려 독자들이 정확한 정보와 그로 인한 판단을 내릴 수가 없게 된다. 좀더 신중하고 신문사 나름의 확인절차를 거쳐 올바른 방향을 갖고 보도하였으면 한다. 일전에 우리사회를 충격과 경악으로 몰고 갔던 「성혜림사건」의 보도에 있어서 결국은 「오보」로 판명되었던 쓰라린 기억들을 상기해 보았으면 한다.
넷째, 현재 한국일보가 취하고 있는 「세로쓰기」와 「가로쓰기」의 복합체제를 전적으로 「가로쓰기」 체제로 바꾸었으면 한다. 이는 한국일보가 독자층의 다변화와 신구세대 모두에게 소구하겠다고 하는 의도에서 시도되는 것이라고 보는데 이러한 자세는 어쩌면 양쪽 모두에게 배척을 받는 시도이기도 한 것이다. 신세대에게는 보수적인 체제로 인식되고, 구세대에게는 어정쩡한 체제로 인식되어 양쪽 모두 멀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일보가 독자층을 배가하기 위해서는 구세대보다는 신세대들에게 보다 더 소구해야 한다. K신문에서 젊은 세대들에게만 소구하는 지면을 따로 구성하여 커다란 효과를 보았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한국일보는 기존의 체제를 발판으로 하되 새로운 체제를 시도하여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뚜렷한 자신의 이념적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고, 지면의 구성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강점들을 더욱 강화시키고, 체제는 신세대에게 소구하는 양식을 지닐때 한국일보는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한국일보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감으로 지켜보고자 한다.<백선기 경북대 교수·미 미네소타대 신문학 박사>백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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