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달리던 조상들 힘찬 기개 살아숨쉬는듯광개토대왕릉비 남서쪽 1㎞, 중국 길림(지린)성 집안(지안)현 통구(퉁거우)의 고구려 무덤 무용총. 고분 주실 오른쪽 전면에 만주를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이 살아숨쉬기라도 하듯 말을 타고 산과 들을 누비는 무사들이 힘차게 그려져 있다. 유사이래 한민족의 영토를 가장 넓혔던 나라 고구려는 강인함의 상징이다. 백제와 신라에서 섬세함과 온아함을 떠올리는 것처럼 한국인은 「고구려」라는 말을 들을 때 가슴에서 무인의 피가 솟는 것을 느낀다.
금강기획이 고급 드링크제 「진녹천」의 3탄 광고로 제작한 「고구려 기상」은 고구려 이미지를 강장제의 특성과 결합시킨 CF. 수 명의 무사들이 달리는 말 위에서 활 시위를 팽팽히 당긴채 앞서 달아나는 사슴을 겨누고 있다. 눈에 익은 수렵도의 화면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 무사가 클로즈업되면서 그림 밖으로 튀어나온다. 무용총 벽면에 붙박혀 있던 뿔 달린 사슴도 기마 무사를 피해 3차원의 공간을 내달린다. 이 사슴은 녹용, 우황을 주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성분과 맞아 떨어진다. 「대륙을 달리던 그 기상, 찬란한 국운을 다시 일으킨다. 한국인이여 다시 일어나라. 녹용을 마신다」. 화면과 함께 민족의식을 자극하는 카피가 시청자의 의식 한 켠에 도사리고 있던 남성의식을 불연듯이 끄집어낸다. 고구려의 영화와 기개를 되돌아보자는 최근 분위기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
화면의 동작은 실제 움직임을 촬영하여 컴퓨터그래픽으로 옮기는 액터 모듈(Actor Module)로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가로세로 화면을 지르는 역동감에 비해 무사의 얼굴등 세세한 움직임의 표현이 없어 아쉽다. 제품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20초동안 금색으로 화면을 단일하게 처리한 것도 강인함을 돋보이게 하려는 광고 목표와는 상충한다. 국내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보기 드물게 문화재와 민족의식에서 소재를 이끌어낸 역작이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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