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작 「오보에4중주」·첼로작품 연주95년 11월3일 하오 4시30분(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씨가 7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67년 동베를린간첩단 사건 관련자로, 「반한·친북인사」라는 누명 때문에 그는 끝내 꿈에도 그리던 조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내 고향은 이제 남한도 북한도 아닌 독일』이라는 통한에 찬 유언을 남긴 채 그는 이국 땅에 묻혔다. 고인의 1주기를 맞아 서울과 베를린에서 추모음악회가 열린다. 11월2일 서울 연강홀과 11월8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각 하오 7시30분 같은 프로그램으로 대가를 추모한다.
베를린에 본부를 둔 사단법인 국제윤이상협회(회장 발터-볼프강 슈파러)가 주최하는 이 음악회에서는 고인의 유작인 「오보에4중주」와 첼로작품이 연주된다. 서울에서는 한국작곡가를 후원하는 뜻에서 이만방의 첼로독주곡 「허튼가락」이 특별히 추가된다.
연주회에는 두 도시 모두에 출연하는 한국의 현대음악 전문 실내악단 「콰르텟21」 외에 김형섭(오보에), 이혜경 정재윤 박정민(첼로·이상 서울), 부르크하르트 글래츠너(오보에), 발터 그리머(첼로), 홀가 그로쇼프(피아노·이상 베를린)가 출연한다.
윤이상씨는 동양사상과 음악기법을 서양음악어법과 결합시켜 완벽하게 표현한 최초의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음악을 통한 세계통합의 업적」에 걸맞게 그는 생전에 독일에서 출간된 「20세기의 중요작곡가 56인」 「유럽의 현존 5대 작곡가」에 포함됐다. 그는 음악사에서 쇤베르크의 빈악파를 이어 메시앙, 리게티, 펜데레츠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는 베를린필 창단 100주년 기념작으로 위촉받아 쓴 첫번째 교향곡을 비롯한 5개의 교향곡과 80년 광주학살에 항의하는 「광주여 영원히!」 등 다수의 기악협주곡, 72년 뮌헨올림픽 위촉곡인 오페라 「심청」 등 150편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
80년대 들어 그의 작품은 유럽에서 연주회의 기본 프로그램이 됐고 특히 목관작품은 세계적 음악콩쿠르의 과제곡이다. 그러나 유독 조국에서만은 예술성을 떠나 정치적 이유 때문에 등한시됐다.
94년 예음문화재단이 주최한 「윤이상 음악축제」를 계기로 그는 비로소 다시 자리매김 되기 시작, 그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제는 조국이 그를 안을 때이다. 올해 문을 연 국제윤이상협회 서울 사무국(02―738―4012)은 내년에 고인과 자주 작업했던 피아니스트 한가야(제네바콩쿠르 1위 입상자), 세계적 오보에 연주자 하인츠 홀리거 등을 초청, 워크숍과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