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개헌을 논의하는 자세(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개헌을 논의하는 자세(사설)

입력
1996.10.28 00:00
0 0

그동안 단편적으로 제기되던 헌법개정에 관한 주장이 국회에서 중요한 정치적 쟁점으로 제기되어 국민은 어리둥절한 느낌이다. 개헌의 내용은 현행 5년단임제를 근본적으로 변혁시키자는 것이다. 국민으로서는 정치권의 개헌논 제기시기와 논지가 합당한 가에 의아해 하고 있다. 불쾌한 것은 개헌론이 특정인과 정파의 권력장악과 집권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개헌에 대한 각당의 입장은 저마다 다르다. 여당은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중 개헌불가」 천명속에서 당 수뇌와 의원들 간에 장기집권의 우려가 종식된 만큼 4년 임기에 1차중임제로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당총재들의 구상이 주축을 이룬다. 대통령제를 내세워 왔던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는 최근 들어 야권후보단일화를 전제로 내각제 수용을 비치고 과거 5·16후 내각제가 국가의 혼란을 초래했다고 반대했던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지역주의 타파와 통일대비 명목으로 내각제를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제와 내각제는 민주정치구현의 대표적 방식으로 각기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두 제도를 모두 경험했던 우리의 경우 여전한 구태정치에 머무른 것은 제도의 결점에서가 아니라 정쟁 등 지도자·정치인들의 잘못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실 우리 헌정 48년동안 9차례의 개헌 중 국민의 박수속에 여야 합의로 추진한 것은 87년 9차때 뿐이다. 발췌개헌, 사사오입, 3선개헌과 유신과 80년 개헌 등은 모두 장기집권과 권력장악을 위한 헌법유린행위였던 것이다. 이처럼 집권욕에 의해 헌법이 누더기가 됐던 기억 때문에 국민은 개헌이라면 아무리 합당한 논거를 갖고 있어도 먼저 경계하고 의심하게 마련인 것이다.

물론 완벽한 헌법이란 있을 수 없다. 결함과 문제점이 있다면 국가경영의 효율과 민주헌정을 제고하기 위해서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헌법은 최고의 국법이자 성전인 만큼 공개적으로 국민공론에 부쳐 장기간 충분히 논의된 후 내용과 채택여부의 가닥을 잡아나가야 한다. 여기서 특정인의 대선승리나 특정 정파의 집권을 겨냥한 개헌추진은 결코 용납돼서는 안된다.

정치인이기에 또 내년 대선이 있기 때문에 개헌론을 제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옳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개헌은 정치인, 또 정당간의 흥정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국민적 양해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실제로 여당이 원내 과반수이고 김대통령이 임기중 절대개헌불가를 천명하여 일단은 불가능한 형편이다.

어느 당이건 어느 지도자건 개헌론을 제기하려 할 경우 충분한 당내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논거를 들어 국민에게 공식제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금처럼 상대당의 속을 떠보려는 식의 일회성 주장, 제목만의 주장은 국민에게 혼선만 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