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우동·음반·삶은 달걀에 데이트파트너까지/전국에 이미 35만대… 「미래형 스토어」 자리잡아『원숭이에게 과자 대신 동전을 던져주라』 자동판매기가 많은 일본에는 관광객이 준 동전으로 자판기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뽑아 먹는 일본원숭이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처럼 원숭이도 이용할 정도로 쉽고 편리한 자동판매기가 미래형 스토어로 자리잡고 있다.
자판기의 가장 큰 장점은 땅값과 인건비가 적게 든다는 점. 다양한 이색 자판기는 규격화한 상품만 팔 수 있다는 개념을 깼다. 여러 가지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복합형 자판기도 여럿 나왔다. 지폐를 식별하는 자판기에 이어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이용하는 자판기도 선보일 전망이어서 지불 수단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설치된 자동판매기는 35만대. 자판기 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에는 자판기 대수가 600만대에 달해 인구 20명당 1대꼴이다. 현재 2,000억 규모의 우리나라 자판기 시장도 앞으로 5배까지 무난히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커피와 음료자판기가 포화상태를 넘어 일부 업체가 부도를 내는 등 다소 침체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일시적 불황이 자판기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다양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피자 우동 풍선 카세트테이프 등 잇따르는 신제품은 자판기 상품이 얼마나 다양해질 수 있는 지 보여준다. 최근 (주)원일통상이 미국에서 들여와 선보인 피자 자판기 「피자쉐프」는 7인치(18cm)짜리 1인용 슈퍼슈프림 냉동피자를 전자레인지로 1분30초 동안 조리해 내놓는데, 서울 강남 등지의 학원가 스포츠센터 등에 설치돼 인기를 끌고 있다.
(주)흰돌서비스가 개발한 우동 자판기는 24초만에 따끈따끈한 우동을 만들어낸다. 소비자가 돈을 넣으면 기계가 국수와 스프의 낱개 포장을 뜯고 뜨거운 물을 부어 포크와 함께 내놓는다.
남양기업이 11월 시판 예정인 생수 자판기는 먹는 샘물을 냉수와 온수로 나누어 6.5온스, 9온스짜리 1회용 컵에 뽑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원두커피 자판기도 나왔다. 즉석에서 달걀을 요리해 내놓는 계란 완숙·반숙 자판기나 즉석에서 감자반죽을 튀겨내는 감자튀김 자판기 등 이색 식품자판기도 확산되는 추세다.
LG산전이 개발한 풍선자판기 「제트 팡」은 소비자가 돈을 넣으면 알록달록한 풍선에 헬륨가스와 공기가 넣어져 실로 묶인 뒤 나온다.
(주)오늘우리가 최근 시판한 음반자판기는 30종류의 카세트테이프를 동시에 진열판매하는데, 24시간 편의점과 학교앞 서점 등에 설치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늘우리는 올해말께부터 CD 자판기도 선보일 예정이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비디오 무인대여기나 명함자판기, 자판기형 게임기계, 여행자보험 자판기, 데이트파트너 소개 자판기 등도 등장했고, 꽃 서적 자판기 등도 곧 나올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산전 만도기계 등은 앞다투어 커피와 복권, 냉음료와 복권 등을 함께 판매하는 복합형 자판기를 내놓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자판기도 개발중이다.
자동판매기협동조합 김철민씨(27)는 『현재 자동판매기 시장이 겪고 있는 일시적 불황은 자판기 상품의 질을 높이고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좁은 공간에서 적은 인건비로 운영할 수 있는 자판기는 자동화 시대에 걸맞는 서비스형 스토어』라고 말했다.
◎자판기 수익 얼마나 되나/“하루 200원짜리 커피 16잔만 팔면 본전”
「하루에 200원짜리 커피 16잔이면 본전」
자동판매기 1대로 얻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자판기의 종류와 운영주체, 설치장소 등에 따라 비용과 수입이 천차만별이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일반적인 커피 자판기의 경우 하루에 커피 16잔만 팔리면 손해는 아니라고 말한다. 재료비와 관리비, 기계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감안해 자판기 운영에 드는 비용이 하루에 3,600원(16잔×200원)이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자판기 1대에서 팔려나가는 커피는 하루에 30∼50잔. 자영업자가 자기 가게에서 부업으로 자판기를 할 경우, 10만∼15만원 정도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목이 얼마나 좋은가에 따라 수익은 천차만별이다.
자판기 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암탉」은 대학 캠퍼스. 성균관대 학생복지위원회는 95년 1년동안 교내에 설치된 커피 자동판매기 22대에서 100원짜리 커피가 무려 130만잔 팔렸다고 최근 밝혔다. 자판기 1대당 매일 200잔 가까운 커피를 학생들이 뽑아 마신 셈이다. 커피 자판기의 순수익금이 4,500여만원에 달한다. 냉음료자판기 8대 수익금 1,800만원, 라면자판기 3대 수익금 300만원 등 자판기로 인한 부수입은 꽤 짭짤하다.
대학 내 자판기 운영권 때문에 업자들이 수천만원을 뿌리는 등 암투가 벌어지기도 하고, 학교 당국과 총학생회가 자판기 운영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커피나 음료 자동판매기의 기계값은 300만원대. 최근 쏟아지기 시작한 복합형 자판기나 이색 자판기의 경우에는 400만∼600만원대이다. 자판기 기계는 할부나 신용카드 구입이 일반적이다. 자판기에 들어가는 재료는 판매업체에서 조달할 수 있지만, 운영자가 재료를 직접 구입해 원가를 낮출 수도 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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