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극난의 경제발전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도전과 성취의 위대한 역사적 자산이 있다」 「자유시장경제의 신념에 찬 기업가정신과 미래를 준비하는 긴 안목의 국민의식을 결집해 상승시킨다면 경제는 틀림없이 살아날 것이다」―김종필 자민련총재의 연설속의 구절들이다. ◆지난주 국회대표연설에서 김총재는 경제를 정치논리로 함부로 다룬 집권여당과 예견된 상황을 내다보지 못한채 안일에 빠졌던 정부를 나무라면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역사의 교훈에서 경륜을 찾고, 국민의 질책에서 지혜를 배우고, 야당의 충고에서 대안을 깨닫는 겸손함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환경의 획기적 개선과 금융실명제 시정, 산업구조개편과 경제체질강화, 물가안정과 실업대책, 세율의 전면적 조정과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 등을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총재가 정부를 나무란 대목은 상당부분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 대목도 보기가 괜찮았다. ◆그러나 패기는 좋았으나 대안은 진부했다. 오히려 일부 논평처럼 3공때의 경제치적을 자랑하고 그것을 자신과 자민련의 공로인양 내세우려는 정치적 의도마저 엿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김총재의 의도가 그런 것이었다면 그것은 어딘가 잘못된 계산이다. 3공의 치적이 김총재와 자민련의 것이 될 수도 없는 일이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때의 경륜이 오늘의 상황에 유익한 것이 될 수도 없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경제가 어렵게 된 것도 시대가 변한걸 모르고 3공식 처방만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흘러간 물은 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격언처럼 구식처방이 현실의 타개책이 되기는 어렵다. 시대가 달라지면 생각도 바꿔야 한다. 김총재의 연설이 간과했던 점이 바로 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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