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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심부름센터」 확산/동료들 잡무해결 “발로 뛰는 마당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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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심부름센터」 확산/동료들 잡무해결 “발로 뛰는 마당쇠”

입력
1996.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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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요금납부·증명발급서 차 정기검사까지 무료대행「친절을 보람으로 고객 일을 내일처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삼성중공업 빌딩에 들어서면 로비 오른쪽으로 이런 글귀의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그 옆에 위치한 출입문을 열면 40평 남짓되는 사무실이 있다. 미소를 잃지 않는 유니폼 차림의 여직원들, 환한 조명과 산뜻한 인테리어, 바깥 거리가 시원하게 내다 보이는 유리벽…. 그 위로는 다시 「고객 중심, 신서비스 문화 창조!」라는 큼직한 표어가 보인다. 고객제일주의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어느 은행의 창구에 들어온 느낌이다.

하지만 「인사서비스센터」로 불리는 이곳은 엄연히 삼성중공업의 부서중 하나. 올해초 문을 연 이 부서의 임무는 직원 1,400여명의 심부름이나 허드렛일을 도맡아 처리해주는 것이다. 결국 「고객」은 동료 직원들을 가리키는 셈이고 곳곳에 붙은 캐치프레이즈는 단골 고객을 대하듯, 다른 직원들에게 친절봉사와 서비스를 아끼지 말자는 뜻이다.

이 부서엔 관리자인 과장 1명을 포함, 모두 14명이 근무중인데 서비스의 내용은 아주 다양하다. 각종 우편물의 수발이나 증명서 발급업무는 기본에 속한다. 공공요금납부나 거주지 전출입신고, 운전면허증갱신은 물론, 여권이나 비자발급, 콘도예약과 항공권예매, 자동차정기검사, 세무·금융상담 등에 이르기까지 개인이 직접 발로 뛰어야만 할 「잡무」들을 거의 모두 해결해준다.

물론 비용은 인지세 등 실비를 제외하곤 전액 무료. 이 회사 전략기획실의 이진세 과장(36)은 『과거 총무부나 인사부, 경리부 등에서 부분적으로 해오던 업무를 통합, 효과적인 업무지원을 하자는 게 이 서비스센터의 설립취지』라며 『사원들 사이에서 호응도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이같은 인기도를 반영하듯, 최근 업계에선 사원들의 잡무를 대행해주는 「사내 심부름센터」의 설치 붐이 일고 있다. 웬만한 업체들마다 인사·총무·경리부와는 별도로 사내심부름센터를 정식 부서의 하나로 정착시키고 있다. 서비스의 종류와 영역도 갈수록 다양해진다.

8월30일 문을 연 현대자동차의 「지원상담센터」, 크라운제과의 「직원봉사실」, 제일합섬의 「비지니스서비스센터」 등은 전화 한통화로 집안의 대소사와 국내외 출장준비 등을 대행해주는 점에서 업무가 서로 비슷하다. 오리온전기는 「사원자동차점검센터」를 따로 설치, 세차는 물론 자동차점검 및 수리, 자동차보험 관련 업무 일체를 무료로 대행해준다.

장례업무만을 전담, 지원해주는 곳도 있다. LG유통은 임직원들이 상을 당했을 때 장의 인력과 차량지원, 장례상담, 장지 알선 등 장례의 제반절차를 대행해주는 「두레시스템」을 가동중이다.

이런 서비스를 신설하려면 당장 돈과 품이 들지만 회사측이 얻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득」은 상당하다. 잡무에 시달리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업무의 집중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삼성중 인사서비스센터 박기준 과장/“동료가 곧 「고객」/친절이 생명이죠”

『입사에서 퇴직까지, 사원들의 복지는 우리가 책임집니다』

삼성중공업 인사서비스센터 박기준 과장(34)은 모든 직원들의 「비서역」을 자임한다. 직원들이 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와 인사서비스센터의 주요 임무다.

『근무시간에 개인적인 잡무 때문에 시간을 낭비한 경험이 한두번씩은 있을 겁니다. 급한 일로 인감 하나 떼러가도 한나절은 걸리잖아요. 이런 시간의 로스를 줄이면 업무의 효율성은 자연히 높아지겠지요』

입사 15년차인 박과장은 영업분야에서만 주로 근무해온 덕분에 친절과 서비스정신이 몸에 배 있다. 서비스센터 직원들에게 매일 조회 때마다 강조하는 것도 「친절」과 「고객제일주의」다.

『이곳을 찾는 직원들이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면 되겠어요. 아무리 사소한 민원이라도 「고객」에게 봉사한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우리 역시 다른 부서에 가면 이곳의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할 거 아닙니까』<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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