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자세서 본격색출로 선회그동안 은행 차명계좌 알선행위에 대한 조사에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던 은행감독원이 26일 전 은행권으로 조사를 확대키로 방침을 세워 차명계좌조사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은감원은 차명계좌 알선행위가 알려진후 1주일동안 조사대상과 범위 등 조사내용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은채 은밀히 조사를 벌여왔다. 은감원은 그러나 이날 「공식적으로」 차명계좌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은감원이 그동안 신중한 자세를 보여온 것은 은행원의 차명계좌 알선행위가 문민정부의 최대 치적중의 하나인 금융실명제를 근본부터 흔들어놓은 중대 사안이면서도 막상 구체적인 입증근거를 확보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섣불리 조사에 착수했다가 구체적인 입증자료를 밝혀내지 못할 경우 공신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차명계좌의 성격상 알선한 은행원, 차명자와 대명자 등 당사자들이 입을 다물 경우 증거자료를 확보하기가 무척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감원이 내놓고 조사를 벌이지 못했던 것은 차명계좌 색출을 위해 거액계좌 뒤지기에 돌입할 경우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금시장의 경색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차명계좌의 궁극적인 목적이 세금포탈임을 감안할 때 국세청도 이번 사건의 「당사자」임이 분명한데도 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은감원이 이날 일단 혐의선상에 오른 3개 은행과 함께 정기검사를 받고 있는 은행의 5개 점포, 앞으로 정기검사를 실시할 10여개 은행 등 사실상 전 은행권에 대해 차명계좌조사를 확대키로 방침을 세워 공표한 것은 이번 조사를 유야무야했을 경우 자칫 「금융실명제의 후퇴 내지 포기」로 보여질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이와관련, 은감원의 고위관계자는 『일단 조사에 본격 착수한 만큼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은감원의 입장이 분명해졌음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은감원의 행로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은행권은 『드디어 올 것이 오는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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