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의 교육여건 개선을 도와주기 위해 교육경비 보조금을 주겠다며 종로구·용산구·강남구가 요청한 승인을 보류시킨 서울시의 조치는 법에도 어긋나고 지방자치의 근본정신에도 위배된다. 26일자 본보 보도(31면)에 따르면 금년들어 종로구는 5천만원, 용산구는 2천만원, 강남구는 20억원을 관내 각급 학교의 교육시설비 보조금으로 주기 위해 서울시에 승인요청했었다.그런데 서울시는 『재정이 넉넉하다 해서 관내 학교지원을 허용할 경우 부유한 구와 가난한 구간에 교육 서비스의 불균형이 발생한다』며 『자치구간 재정상태와 교육의 질이 균등해질 때까지는 승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류했다는 소식이다.
이같은 보류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말이 안된다.
첫째, 대통령령인 기초지자체의 교육경비보조 규정의 승인제한 한계를 위반한 월권행위이다. 승인권한을 가진 서울시나 시·도 등은 기초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빚을 지면서까지, 또는 자체 세입으로는 소속 공무원의 인건비 충당도 안되면서 교육경비 보조금을 지원하고자 할 때만 승인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유재정이 있어 교육비 지원을 하겠다는 데는 승인할 의무가 있다.
두번째는 교육 서비스의 불균형을 염려해 승인 보류한 것은 기초지자체의 교육재정지원의 길을 터놓은 대통령령 제정 정신을 망각한 망발이다. 자치구의 재정상태가 균등해지려면 어느 천년에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교육의 질이 균등해야 한다는 것은 또다른 하향평준화 발상이다. 다같이 못 살면 말썽이 없는데 왜 너만 잘 살겠다는 것이냐는 발상법이다. 말썽을 겁내는 무사안일의 표본을 보는 것 같다.
세번째는 승인보류조치가 지방자치의 근본정신에도 어긋나는 중앙집권적인 획일화 논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자기재원→자기사무→자기처리야말로 지방자치의 근본정신이다. 구청이 여유재정을 주민복지의 제1차 목표인 교육에 보태겠다는 것을 왜 거부하겠다는 것인가.
서울시가 구청장들이 다음 선거를 의식해 선심성 지원 남발을 우려했다 해도 말이 안된다. 설령 그것이 선심성이라고 가정해도 다른 선심 행정보다 백배 낫다. 구청예산을 아껴 교육을 지원해 줄 정도의 선심행정을 할 만한 구청장이라면 재선이 된다 해서 무엇이 나쁘다 할 것인가. 교육 질의 불균형이 걱정된다면 교육비 지원을 직접 못하는 가난한 구에는 서울시가 직접 해 교육환경을 한차원 높이는 교육역점 시정을 펴라고 권하고 싶다.
교육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학자출신의 민선 조순 시장이 지방자치 근본정신을 어기고 또 교육을 결과적으로 홀대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격에 안 맞는다. 보류조치의 즉각시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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