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머거리라고해서 모두 베토벤은 아니다」라는 말은 나의 의식세계를 항상 지배하고 있다. 이 말은 천재의 정의를 분명하게 내릴 뿐 아니라 인간의 허위의식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천재는 여러형태로 분류된다. 모차르트나 미켈란젤로와 같은 신탁의 천재가 있는가 하면 세잔이나 피카소와 같은 영감의 천재가 있고, 이중섭이나 반 고흐, 바이런과 같은 열정의 천재도 있다. 덧붙여 능재라고 불리우는 너무도 인간적인 천재도 있다. 에디슨의 말처럼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천재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천재이다.
화가 이중섭은 환공포증으로 시달리면서 그의 예술세계를 펼쳤고 베토벤은 귀의 기능이 마비되어도 훌륭하게 연주를 해냈다. 또 바그너는 피부질환으로 거의 옷을 입을 수 없을 정도로 고생했고 반 고흐는 환청과 싸우다가 결국 권총으로 자살하게 된다. 우리가 매체를 통해서 너무도 익히 들어온 천재들의 불행과 컴플렉스의 극복과정은 인간의 아름다운 의지를 보여준 사례들이다. 여기서 프로이트가 말한 컴플렉스의 근간도 따지고 보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건전한 성년으로 성장하는가 아니면 빗나간 영혼의 미숙아로 남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원죄라는 이름으로, 프로이트 이론에서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라는 학설로 나타나고 있다. 천재는 거의 모두가 두드러진 신체적 결함이나 정신적 컴플렉스를 지니고 있었다. 천재들의 일생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들에게 주어진 열등감과 컴플렉스는 자신과 자아에 대한 회의로 연결되고 사고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 빌미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컴플렉스는 인간의 감성과 능력을 극대화해서 새로운 창조의 어머니가 되게 한다. 불행과 열등감이 크면 클수록 천재가 될 가능성은 더욱 높은 것이다. 귀머거리라고 해서 모두 베토벤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귀머거리인 척하는 사람보다는 베토벤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권여현 서양화가·원광대 교수>권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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