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안방 내주고 “뒷짐”/스타TV 등 20여개사 아주시장 선점 쟁탈전/우리는 방송법에 발묶여 실시시기조차 불투명20세기가 산업혁명의 성과위에서 세워졌다면 21세기는 뉴미디어혁명을 토대로 성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을 진원지로 한 뉴미디어혁명이 확산됨에 따라 각종 정보와 영상물을 실어나르는 위성방송으로 세계의 하늘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싸움이 치열하다. 4회에 걸쳐 아시아를 중심으로 그 실태를 살펴보고 우리의 상황을 진단한다.<편집자 주>편집자>
얼마전 홍콩 스타TV의 게리 데이비사장과 크리스토퍼 츄부 사장이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법률고문까지 대동한 이들의 방한목적은 스타TV를 중계하고 있는 국내 중계유선업자들에게서 프로그램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도움을 청하기 위한 것이었다.
91년 개국한 스타TV는 「안테나만 달면 공짜로 헐리우드영화와 뮤직비디오를 무한정 볼 수 있다」는 식의 판촉활동으로 국내에서도 상당한 시청자를 확보한 상태이다. 일단 무상공급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길들여 놓은뒤 본격적으로 영업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간단했다. 「스타TV를 비롯한 외래방송은 우리 정부가 허가하지 않은 월경전파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언제까지 외래방송에 느긋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세기초 서구열강들이 식민지에 선교사를 먼저 파송한 뒤 군대를 보냈던 것처럼 위성방송의 전파에 이어 상품이 밀려올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시청할 수 있는 외래방송은 스타TV, NHK와 같이 널리 알려진 경우뿐 아니라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ABN(아시아비즈니스뉴스) MTV―중국어채널, NBC가 운영하는 아시아경제뉴스채널 C―NBC 등 20개가 넘는다.
현재 아시아상공에 220개를 상회하는 채널이 흐르고 있다. 시험방송에 이어 내년초 본방송에 들어갈 일본 퍼펙TV의 70개채널, 디지털위성체로 전환하면서 60∼70개로 채널수를 확대하게 되는 스타TV 등 아시아의 위성방송시장은 급속한 성장을 보이며 세계미디어재벌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일본은 2년내 머독과 휴즈사 등 세계미디어재벌과 손잡고 수백개 채널을 운영한다는 계획아래 아시아내 독점적 지위를 구축해 가고 있다. 미국도 자국의 영상프로그램으로 아시아시장을 정복할 꿈을 꾸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위성방송인 ESPN을 유치한 싱가포르는 홍콩이 누려왔던 국제위성방송의 거점이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달부터 23개의 채널을 시작한 말레이시아, 자체적으로 위성을 쏘아올릴 여력이 없어 일본과 대만등 외국의 자본을 끌어들여 위성을 발사한 라오스에 이르기까지 위성방송은 각국의 주요한 정책목표가 되고 있다.
방송법 통과에 발목을 잡혀 방송 실시마저 불투명해진 우리나라에서는 벌써부터 「몇년후 엄청난 예산을 들여 위성방송을 하느니 이미 자리잡은 외국의 방송을 그냥 수용하자」는 자조적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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