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는 노사관계가 이루어지는 산업이나 현장의 환경변화에 따라 변화되는 동태성을 갖는다. 수많은 요인을 배경으로 노사관계를 변화케 하는 주역은 정부일 수도 있고 노나 사 또는 이들 주체 모두일 수도 있다. 70년대의 불황을 겪으면서 노사관계 개혁은 노동조합의 선도에 의해 행해진 부분도 있지만 정부주도에 의한 입법이나 위원회 구성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같다. 그 어떤 방법을 택하든 노동관계법 개혁의 명분은 노사공동체 형성을 위한 것이며 노사합의에 의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외 경제환경의 여러가지 여건으로 볼 때 이러한 명분을 바탕으로 한 노사관계 개혁은 그동안 절실하게 필요한 과제였다. 그러한 점에서 김영삼 대통령은 「신노사관계 구상」을 4월26일 밝혔고 5월9일에는 노·사·공익 등 각계를 대표하는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대통령직속 자문기관으로 노사관계 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하지만 노사관계 개혁위원회 구성이전에도 우리나라 노사관계 제도에 대한 개혁논의는 있어 왔다. 이미 4년전에 당시 노동부장관 위촉으로 구성된 노동법개정연구위는 노사관계 전반에 걸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이 안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공표되지 못했다. 추정컨대 당시 개정안이 공표되지 못한 까닭은 그것이 공표되었을 때 야기될 노사 당사자들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밖에 달리 생각할 도리가 없다. 결국 이같은 상황에서 노사문제를 다루는 노사관계개혁위가 노사간 합의를 이룬 개혁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나친 상상의 비약일 것이다.
우리의 경우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를 이루기 위한 국민적 합의나 문화적 환경이 성숙되어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불신과 불만이 하층구조에 팽배해 있고 천민자본주의가 만연해 있으며 직업관이 제대로 확립돼 있지 못한 여건에서 노사합의에 의한 개혁이란 지나친 기대가 아닐까. 또한 사회적 지도계층에 대한 존경과 권위가 실추된 여건에서 설사 그것이 바른 것이라 해도 이를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지도자는 과연 존재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모든 것을 노사가 합의하여 개혁한다는 것은 지나친 이상이다. 이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노사관계개혁위는 몇번이나 전체회의를 연기했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것은 「합의」의 진전이라기 보다는 「탈퇴」라는 위협의 반복과 이해상반 항목의 상호교환적 협상이 계속됐을 따름이다. 따라서 이제는 새로운 방책의 모색이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문제됐던 쟁점을 살펴보자. 복수노조 허용문제만 하더라도 국내산업과 노사안정이라는 대국적 입장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조직 이기주의에 의한 전략으로 이용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3자개입 금지조항 철폐나 공공부문 조직 문제도 그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변형근로제나 파견근로제도 마찬가지다.
이는 바로 이해당사자의 단세포적이고 편향된 발상 때문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뿐만 아니다. 정리해고제의 경우 사용자의 해고권 남용을 방지하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기업과 다수 근로자를 살리기 위한 제도가 될 수 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여기서 미합의사항을 다음 국회로 미룬다고 하는 것은 노사개혁의 원래 취지를 완전히 벗어나는 일이기에 발상 자체를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무한경쟁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노사개혁이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오직 정치적 결단뿐이다. 노사개혁이 진정 이 나라 경제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일이며 경쟁력 강화의 길이라면 정부가 국민의 복지와 풍요를 위하여 단안을 내려야 한다. 이같은 점에서 노사관계 개혁위원회는 수많은 토론회와 전문위원회 등을 통하며 여론수집, 그리고 방향설정을 위한 기반을 축적했다는 데서 공헌한 바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약력
▲충남 부여 출신·61세 ▲고려대 상과대 ▲일본 릿교(립교)대(경제학 박사) ▲노동부 정책자문위원 ▲노동경제학회회장 ▲단국대 상경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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