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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과 세계중재대회/이순우 대한상사중재원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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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과 세계중재대회/이순우 대한상사중재원장(특별기고)

입력
1996.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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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이 무사히 끝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기의 정상을 달려온 가수답게 뛰어난 노래솜씨와 현란한 율동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의 공연을 보면서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공연찬반론도 잠잠해지는 듯했다.사실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 당시 국내상황이 좋지 않았다. 남북간에는 정치·군사적 긴장이 감돌았고 날로 경제가 악화해 과소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어려운 때에 화려한 대규모 공연이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빡빡한 일정을 쪼개서 불우한 어린이를 방문하는 그의 진지한 모습이 감동을 준 것 또한 사실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그를 만나준 것도 그의 박애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일 것이다.

마이클 잭슨의 「병든 세상을 고치자(Heal the world)」는 노래는 세상에 대한 호소처럼 들린다. 그는 입으로만 세계평화와 인류구원을 외치는 여느 지도자들과는 달랐다. 아프리카 등 오지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구원하자고 호소했다.

어린이를 가난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을 부르짖는 세계적 팝 가수의 공연이 열리던 날 근처의 한 호텔에서는 기성인들을 거짓과 불신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을 지향하는 국제회의가 있었다. 「국제분쟁해결과 국제중재문화 정립」을 주제로 열린 세계중재대회가 그것이었다. 세계 50여개국의 법률가 학자 현직관료 등 500여명의 전문가가 모여 국제 상거래에서 흔히 발생하는 분쟁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중재,신속한 「강제집행」제도

지구촌 가족들이 보다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각국의 비교우위자원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상품과 자원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국경을 넘어 교류될 때 인류는 보다 잘 살게 된다. 그런데 개인의 이기적 동기와 국가간 실정법의 충돌 등으로 교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국제교류를 방해하는 부정적 요인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자는 것이 국제중재문화정립의 이념이다.

분쟁해결수단으로는 소송과 중재가 있는데, 이 가운데 중재는 국경을 초월해 재산상 강제집행을 확실하고도 신속하게 보장해주는 효과적인 제도다. 중재제도는 국제분쟁뿐 아니라 국내 기업인들간, 기업인과 일반인, 일반인과 일반인 사이의 분쟁도 해결한다. 외국의 중재판정이 자국의 국내판정과 동일하게 승인되고 강제집행절차가 보장되기 때문에 종국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국내 분쟁에 대한 중재판정의 강제집행은 「중재법」이 보장하고 있으며 국제분쟁의 경우에는 「뉴욕협약」이 보장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국제중재판정이 채무자 국가에서 강제집행될 때 국내법과 마찰을 빚어 빠른 해결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중재의 가장 큰 장점인 신속성이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상거래 분쟁때 적극 활용을

이 폐단을 바로 잡으려는 목적의 모임이 세계중재대회이다. 중재제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범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절차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국은 독자성을 어느 정도씩 유보하는 너그러움을 보여야 한다. 유엔도 중재제도의 본뜻을 존중해 표준법안을 만들어 각국이 따라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중재절차는 국내외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해준다. 「최종적」이라는 의미는 일단 중재판정이 나면 그 내용을 다시 거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법적 소송을 통해 재론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중재법은 중재 판정에 확정판결력을 부여하고 있다. 다시 다룰 수 없다는 의미에서 대법원 판결과 사실상 같은 효력을 지닌다. 중재는 사건을 최종적으로 종결함은 물론 종결시한을 가급적 단축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중재법은 모든 분쟁을 3개월내에 종결할 것을 강행규정으로 명시하고 있다. 상사중재원은 이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한다.

상대방의 배신으로 손해를 보고 고민하는 기업인이나 일반인이 호소하는 국내외 분쟁건수는 매년 40만여건을 넘어선다. 사실 기업주나 피해당사자만이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니다. 기업체의 경우에는 소속 직원, 피해당사자의 경우에는 가족이 함께 겪는 경제적·심리적 고통은 엄청나다.

굶주림이나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과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외 상거래 분쟁에서 오는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은 서로에 대한 양보와 이해로 이루어질 수 있다. 중재는 결국 현 사회의 불신풍조에서 해방될 수 있는 사회적 수단을 마련하고자 하는 제도다. 중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신속히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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