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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규 경남대 총장­세네월드 전 주한미군사령관 특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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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규 경남대 총장­세네월드 전 주한미군사령관 특별대담

입력
1996.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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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미 공조체제 끊임없이 시험”/“도발 효율적 대처” 전시 작전권도 일부이양 바람직/큰 혼란없는 한반도통일 위해선 북 연착륙 필수적/한국입장 외면한 북­미 직접대화는 있을 수 없어한국일보는 박재규 경남대 총장과 로버트 세네월드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24일 상오 힐튼호텔에서 있은 대담에서 두사람은 유사시에 대비한 한미연합방위력 문제, 북한내부의 이상징후 여부, 동북아 안정을 위한 한미양국의 새로운 협력방안 모색 등을 2시간여동안 심도있게 논의했다. 세네월드 전사령관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한미안보연구회가 24·25일 양일간 공동주최한 「21세기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모색」이란 주제의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편집자 주>

▲박재규 총장=북한의 잠수함 침투와 무장공비사건이 말해주듯이 한반도에서의 긴장고조는 동북아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80년대 중반(84∼86년) 한미연합사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재직했던 경험을 토대로 재직당시와 지금의 한반도 안보상황을 비교하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하지요.

▲세네월드=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상황에 있어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않고 있는 상수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의 위협입니다. 그리고 남북간에 적대관계가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입니다. 북한은 갖가지 대화제의에도 불구하고 한미간 공조체제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한에 대해 억지력을 갖기 위해선 한미 양국이 강력한 군사적 대응체제를 유지해야 합니다.

▲박총장=장기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양국간 군사동맹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봅니다. 한미간의 안보협력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간의 노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긴장완화의 주체가 남북한이라고 볼때 앞으로 양국이 취할 가장 발전적이고 바람직한 방위태세는 어떤 것 일까요.

▲세네월드=양국사이에 한반도 안보와 관련한 견해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의 공조체제는 긴밀하게 유지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군사적인 측면보다는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더 중요합니다. 미국의 대한안보공약은 확고하며 한미양국은 굳건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북한의 모험주의를 격퇴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박총장=한국군의 독자적 정보수집과 작전수립능력의 미비를 감안할 때 미국의 전시작전권 행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단 유사시 한국군이 효율적인 반격등을 위해 일정한 범위의 작전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해 5도지역에서의 북한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군작전권을 포함한 전시작전권의 일부를 한국에 넘겨주는게 바람직 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세네월드=현재의 한미 연합방위체제는 수십년간의 연구와 토론을 거쳐 발전시켜 온 것 입니다. 현상황에서는 최선인셈이지요. 연합사는 같은 수의 한미 장교로 구성돼 있고 한국의 4성장군이 부사령관을 맡고 있습니다. 미군인 사령관은 한국 대통령의 견해를 충분히 참작해가며 작전을 수행할 것입니다. 군명령 계통의 단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봅니다.

▲박총장=한미 양국의 방위력 증강사업은 대북정보수집능력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잠수함 침투를 사전에 몰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북한군 동향파악 능력과 대북정보수집능력이 어느정도라고 생각 합니까.

▲세네월드=주한미군은 한반도와 그 외부에 정보수집을 위한 첨단장비와 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북한은 이를 주요 공격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잠수함 침투는 발표대로 미군이 사전에 몰랐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잠수함 한척의 침투를 알아 냈느냐 여부가 전체 맥락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동해안은 어선들의 소음이 심해 해안선에 근접한 잠수함의 침투를 포착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미군의 전반적인 정보수집 능력에 허점이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박총장=북한은 중국과 일본의 외교채널을 통해 북일국교정상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수교가 성사될 경우 북한은 일본으로부터 막대한 배상금을 받아 식량난등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일본에 배상금 150억달러를 요구하고 있으나 일본은 그 절반정도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북일수교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세네월드=북한지도자들이 식량난과 이에 따른 인민들의 체제불만 무마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경제문제를 해결할 재원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주체사상과 경제구조, 농업정책 등에 큰 변화가 없는한 경제난의 해결은 요원하다고 봅니다. 일본이 북한과의 수교문제를 한국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기 때문에 급속한 북일관계개선은 별로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박총장=미국은 북한을 고장난 비행기로 보고 안전하게 착륙시킨다는 이른바 연착륙(Soft Landing)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북한을 추락하거나 불시착할 수 밖에 없는 고장난 비행기보다는 병든 사람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의사에게 보이지 않고 자기식대로 병을 고치려 고집을 부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주변에서 진찰을 받도록 설득하거나 스스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세네월드=미국의 연착륙정책은 한반도 평화통일문제와 결부해 생각해야 합니다. 남북통일은 남한의 주도로 이뤄지겠지만 통일과정에서 북한체제의 급격한 붕괴나 불안정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연착륙정책은 예측할 수 없는 혼란사태를 방지하면서 통일을 이루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또한 한국의 국내 정치사정 때문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이는 결국 한국의 정책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볼때 한국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박총장=북한은 휴전협정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통해 정치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탈피해 보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북미대화에서 한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 북미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주지시켜야 한다고 보는데요.

▲세네월드=전적으로 동감입니다. 한국을 배제한 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려는 북한의 직접대화요구에 반대하는 것이 미국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북한의 한미이간책은 헛수고일 것입니다.

▲박총장=한국은 동북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증대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 일본 최대정당인 자민당이 한국의 독도와 중국의 조어도를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한 점이나 지난해 일본의 방위비가 남북한 전체방위비의 3.3배(538억달러)에 달한다는 점 등은 인접국에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입니다.

▲세네월드=일본이 동북아에서 새로운 정치 군사적 역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현재 어떤 가시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이 이 지역에서나 세계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합니다. 일본의 군국주의 경향이나 엄청난 규모의 방위비등이 주변국들의 우려를 낳고 있지만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단시일내에 군사적 위협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박총장=동북아에서 중국의 역할은 어떻게 보십니까.

▲세네월드=중국은 국가 규모와 급성장하는 경제력 등으로 볼때 지역적으로나 세계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나라입니다. 미국도 이 점을 깊이 인식, 부단한 대화를 통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맡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총장=지난봄에 중국과 대만이 갈등을 빚자 미국이 중재에 나섰습니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분쟁이나 조어도와 관련한 일본과 중국및 대만사이의 분쟁에 미국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까.

▲세네월드=미국은 정치 경제 군사 모든 면에서 스스로를 아시아태평양 국가라고 믿습니다. 이 지역의 긴장과 분쟁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분쟁이 발생하면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거중조정 역할을 할 것입니다.

▲박총장=한미행정협정(SOFA)문제는 한국측에 불리한 불평등협정이지만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협정은 당연히 개정되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세네월드=SOFA문제는 한국주권과 관계되면서도 미국의 사법기능이나 관행과도 연결돼 있어 대단히 복잡하고 중요한 사안입니다. 양국이 사법체제의 상이점등을 극복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긍극적으로 해결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때까지의 과도기간이 문제입니다. 현재 주한미군은 군대의 기강이나 영내 밖에서의 행동이 많이 좋아졌고 군기사고율도 10년전에 비해 많이 줄었습니다.

▲박총장=잠수함침투와 무장공비사건에서 보았듯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한미 양국의 평가가 다를 수 있습니다. 미국은 동북아전체의 안정 차원에서 접근하고 한국은 생존과 직결된 안보상황에서 문제를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세네월드= 한반도의 안보와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분리하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소련이 붕괴한 뒤 한반도문제에 더욱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도 자국의 안보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정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가 됐습니다.

□약력

◇박재규 총장

▲44년 경남 마산 출생(52세)

▲미 페어리디킨슨대 졸업

▲미 뉴욕시립대 대학원·영 엑세터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경희대)

▲경남대·교수·극동문제연구소장·부총장·총장

▲국제군사사학회 부회장

▲한국사립대 총·학장협의회장

▲「북한정치론」 등 저서 다수

◇로버트 세네월드 전 사령관

▲29년 미 아이오아주 출생(67세)

▲아이오아주립대 졸업

▲한국전·월남전 참전

▲미 육군훈련소장

▲한미연합사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84∼86년)

▲육군대장예편(86년)

▲한·미안보연구회 공동의장

▲미 국방부 등에서 안보문제중심으로 활동<정리=고태성·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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