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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의 건망증/스트레스·정서적 불안서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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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의 건망증/스트레스·정서적 불안서 비롯

입력
1996.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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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 달라 걱정할 필요없어40대 중년여성들이 모이면 최근 스스로 경험한 건망증 사례들이 화제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음식을 불 위에 올려놓은 채 TV를 보다가 음식을 몽땅 태워버렸다든가,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꺼낸 뒤 카드만 뽑아 갖고 나온 경우 등이다. 최근 노인 인구의 증가로 매스컴이 「치매」를 자주 다루었기 때문인지 자신이 치매가 아닌가 걱정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망증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단순한 기억장애의 한 현상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기억하는 데는 장애가 있으나 자신이 그런 사실을 인식하고 있고 인지능력이나 신경심리적 영역에서의 장애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치매는 뇌의 기질적 병변으로 생기는 위험한 질환으로 새 정보를 습득하기가 어렵고 과거는 물론 최근의 일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때로는 사람과 장소, 시간을 못 알아보며 추상적 사고나 판단력에도 장애가 생긴다.

건망증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특정 시기에 경험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특히 중년여성은 아름다움의 상실에 대한 불안감, 삶의 존재에 대한 위기의식 등으로 안팎으로부터 많은 좌절과 갈등을 경험하는 시기여서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다. 정신과를 찾아와 빈번한 건망증을 호소하는 중년여성들은 흔히 불면 우울 등 정신적 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중년여성의 심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갈등은 주의력 저하나 건망증 심화에 큰 영향을 준다. 건망증은 대부분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정도가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심리 및 뇌파 검사, 자기공명 영상촬영 등을 통해 뇌의 병변 여부를 알아보는 게 좋다.

건망증이 심한 경우에는 중요한 일을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자신이 현재 하는 일에 좀더 집중하도록 하며,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부담을 피해야 한다. 또 우울증 등 정신장애가 원인인 경우에는 전문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한오수 울산대 의대교수·서울중앙병원 정신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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