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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만이 살길/이수윤 한국교원대 교수·정치철학(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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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만이 살길/이수윤 한국교원대 교수·정치철학(한국논단)

입력
1996.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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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회적 존재방식에는 세 유형이 있다. 동물적 사회성·인간적 사회성·정치적 사회성이 바로 그것이다. 개미나 벌 등의 동물적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개체가 무시되는 획일적 질서가 지배하고 있다. 사회주의 정치체제는 동물적 사회성을 표현하고 있다. 동물적 사회생활과 달리 인간적 사회생활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이다. 그 투쟁은 힘있는 자의 승리로 귀착된다. 인간적 사회생활에는 궁극적으로 약육강식·강귀약천을 관철한다. 고전적 자유주의체제와 보수주의체제에서는 명목적으로 정치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은 진정한 정치가 아니다. 그 두 체제에서의 정치는 인간적 사회생활의 본래 모습인 약육강식·강귀약천의 상태를 유지·강화하려는 것 일 뿐이다. 인간의 본성적 사회생활·인간적 사회생활과 구별되는 정치적 사회생활은 대립물의 종합적 통일에 입각한 사회적 조화를 지향한다. 진정한 정치는 『이것인가 저것인가』의 선택문제가 아니다. 올바른 정치는 『이것도 저것도』의 변증법적 통일이다. 참다운 정치적 사회생활은 국민 모두의 행복·자유를 추구하는 국민적 자유주의로서의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의미한다. 모든 정치체제는 그 체제유지·강화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국민들에 대해 정치교육을 실시한다. 그것을 정치사회화라고 부른다. 이념교육은 정치사회화의 핵심양상이다. 우리 사회의 이념교육은 자발적 국민단합·국민단결을 촉진할 수 있는 국민적 자유주의·민주주의 이념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최대 과제인 안보문제와 직접 결합되어 있다. 국민화합·국민결속이야말로 안보문제를 자주적 힘에 의해 승리로 이끌어가는 결정적 원동력이기 때문이다.○대외의존 벗어야

국가안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국방의지이다. 일반적으로 자주국방을 하지 않는 국가는 외부위협에서 안전보장을 확실히 실현할 수 없다. 타국의 의사와 능력으로 발동·행사될 수 있는 방위력은 그 효율이 반감되기 쉽다. 자국의 안전보장을 자주국방에 의해서가 아니라 타국의 무력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은 대내적 평온도 확고히 할 수 없다. 자국의 안보를 타국에 의존하는 국가는 국민적 자유실현의 보루이고 국가적 자주실천의 주체인 지도자 선정에 있어서도 외국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것은 국내질서의 왜곡과 대외의존을 더욱 심화시킨다. 외국에 자국의 안보를 의존하는 국가는 약육강식·강귀약천의 사회적 현실을 개혁하지 않는다. 그 대표적 실례가 자주국방의지가 전혀 없었던 조선조의 사대주의사회이다. 정치적·사회경제적 주도권을 장악한 조선조 양반귀족 지배계급은 국방을 책임질 군사력을 육성하지 않았다. 그것은 군사력이 양반귀족계급을 견제하려는 현명한 군주의 정치적 힘의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조선조의 양반귀족 지배계급은 자주국방의 원천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통합·국민단결을 위한 사회개혁도 철저히 외면했다. 그들은 안보문제가 생기면 중국에 의존했고 심각한 대내적 정치문제가 야기되면 외국군대를 끌어들여 모든 것을 해결했다. 양반귀족 지배세력은 그것이 그들의 지배체제를 영속적으로 안정·유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도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는 한일합방에 의한 식민지화였다.

○국민화합 절대적

안보문제에 있어서 외국과의 긴밀한 협력·국제적 여론조성 등은 물론 절실하다. 그것은 이차적·삼차적 중요성을 가질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국방의지를 더욱 굳건히 하는 것이다. 양식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안보위급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미국에 문제해결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그것은 국민들의 내면적 불안의식을 가중시키고 책임있는 안보의식의 마비를 가져온다. 어린이들은 위기상황에 직면하면 언제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으로 믿어지는 어머니를 찾게 된다. 성숙되지 않은 어른들도 본원적 불안에 휩싸이게 되면 자신들의 무력함을 보상해주는 타자를 희구하게 된다. 우리는 안보문제에 있어서 어린이 심리상태로 퇴행·역행해서는 안된다. 정치지도자들은 어떠한 안보위기 상황에서도 의연한 태도로 자주국방의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것은 승리를 향한 국민들의 용기와 자신감을 고취할 수 있다.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인적·물적 국방력의 획기적 강화, 무기체계·군사정보의 자주화뿐만 아니라 국민화합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국민화합은 자주적 국가안보의 진정한 초석이다.

국민화합·국민단결은 국민적 자유주의·민주주의 이념이 국민들의 철학적 신념으로 고양되고 그것이 정치적 실천에 의해 구체화해 나갈 때 참으로 구현될 수 있다. 국민화합·국민통합·국민결속은 북한과의 대결에서 최선의 승리인 싸우지 않고 이기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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