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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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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현궁 보수공사가 끝나 오는 26일부터 일반에게 공개된다. 구름재라는 멋진 옛이름도 그렇지만 대원군이 조선말의 어지러운 외척정치를 혁파하고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개혁을 단행했던 근세사의 현장을 옛모습 그대로 보게 되어 반기는 이가 많다. ◆운현궁은 고종원년(1864년) 준공된 노락당과 노안당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데 어린 고종임금을 대신해 대원군이 집정할 때는 『노락당과 하늘 사이가 1자 5치밖에 안된다』는 말이 날 정도로 권세가 충천했다. 그 때는 부속건물들이 많고 경내 면적이 넓어 운현궁의 담장길이가 몇리나 된다는 기록(매천야록)이 남아 있다. ◆93년 서울시가 운현궁 보수공사를 시작한 이후 노안당 출입문의 문짝이 거꾸로 달린 사실이 알려져 호기심을 자아냈다. 그러나 보수공사중 문짝을 바로 달아놓아 대원군과 명성황후간의 권력다툼과 갈등의 산물이라는 그 희한한 대문을 볼 수 없게 돼 서운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짝이 거꾸로 달렸던 이유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대원군 연금설 관련이 가장 설득력있다. 대원군 만년 명성황후가 시아버지의 권력 재탈환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문 밖에 감시병을 세우고 출입자 통제를 위해 바깥쪽에서 빗장을 걸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남기는 것도 역사의 가르침이요 후세인들의 의무다. 문짝을 바로 단 것은 운현궁정비자문위원회에서 격론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 한다. 역사학자들은 그대로 두자 했으나 우아한 전통건축물의 멋을 버리니 바로 달아야 한다는 고건축 학자들의 주장이 관철됐다는 것이다. 본말이 전도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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