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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정사/잠재된 성욕구 분출/정신분석학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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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정사/잠재된 성욕구 분출/정신분석학적 의미

입력
1996.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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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 작은 틈이 불륜 부른다/현실도피·새로운 자극추구 등 이유/주부 55% “혼외정사 할수도” 응답/열정·신뢰감 등 유지노력만이 해법「성이란 너무 알아도 탈이고 너무 몰라도 탈이다」라는 말이 있다. 공감이 가는 얘기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본능이 성욕과 공격적 욕구로 이뤄져 있다는 가설을 증명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은 성욕을 보다 은폐하고 억제하거나 아니면 성욕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왔다. 또 많은 의학적 정보가 일반화하면서 일반인들도 부적절한 성적 억압이 정신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논리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최근 우리나라 일각에선 개인의 성욕이 부부관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혼외정사를 통해 상당부분 해소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흥미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의학의 발전은 성을 더 이상 신비한 베일속에 숨어 있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성에 대한 의학적 추구의 결과는 오히려 윤리적인 문제와 충돌함으로써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혼외정사는 심리적으로 인간의 본능적 성욕과 연관되며 성적이든 비성적이든 긴장해소를 위한 하나의 성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성적 정체감이 결여된 경우 강박적인 성행동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려는 인간심리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보다 나은 새로운 경험을 얻거나 현실도피 또는 반항의 결과로 혼외정사를 택하기도 한다. 부부간에 느끼지 못했던 새롭고 다양한 매력으로 비쳐지거나 사회적 신분을 변화시키는 계기도 된다. 배우자에 대한 보복심리 또는 새로운 정서적 자극을 받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이런 잠재된 욕구들은 성정보의 홍수와 사회적 변동에 따른 자극, 가치관의 변화 등에 의해 쉽게 의식수준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너나없이 대리충족을 통해 자신의 긴장을 완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사회적 변동이나 개인의 가치추구 등 여러 조건들과 함께 생각하지 않으면 「옳다 그르다」 혹은 「도덕적 또는 비도덕적」이라는 이분법적 허구에 빠지기 쉽다.

우리는 「건강한 성적 추구란 무엇인가」하는 현시대의 기준을 생각해야 한다. 윤리란 마치 교통법규와 같은 약속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지표이다. 부부는 친밀성과 열정,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갖고 살아가는데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틈이 생기면 혼외정사로 눈을 돌릴 위험이 생긴다. 최근 필자의 설문조사 결과 주부의 55%가 혼외정사를 하고 싶지만 참거나 기회가 있으면 해보겠다고 응답했다. 소규모집단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지만 경청해야 할 현실의 목소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부부는 어떤 형태로 만났건 「서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에리히 프롬의 경고를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이근후 이화여대 의대교수·이대동대문병원 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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