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진상 못밝혀 안타까움/손발 묶어 놓은뒤 뒷머리 강타/숨진 안씨 옆엔 “정의봉” 몽둥이【인천=황양준·최윤필 기자】 백범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씨(79)가 23일 피살됨으로써 백범암살의 진상은 영원한 미궁에 빠지게 됐다. 이 소식을 들은 독립운동가 등은 테러로 최후를 맞은 테러범의 운명에 연민을 표시하면서 진상규명을 통한 민족정기 확립의 기회를 잃게 된 것을 아쉬워했다.
▷발생◁
23일 상오 11시30분께 인천 중구 신흥동3가 37의 9 동영아파트 502호 안씨 집에서 부인 김명희씨(63)가 슈퍼마켓에 가기 위해 아파트 문을 여는 순간 박기서씨(48·버스운전기사·경기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가 침입했다. 박씨는 몽둥이로 김씨를 위협, 안방으로 끌고가 『나는 박기사라는 사람인데 안두희를 죽이러 왔다』며 흰색 나일론 끈으로 손발을 묶고 얼굴을 이불에 파묻게 했다. 박씨는 이어 건넌방으로 가 누워 있던 안씨의 손발을 묶고 몽둥이로 뒷머리와 얼굴 등을 마구 때려 살해한 뒤 달아났다.
▷현장◁
비명소리를 들은 주민 남모씨(48)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안씨 집에 들어갔을 때 부인 김씨는 안방에서 손이 뒤로 묶인채 얼굴이 이불에 박혀 있었다. 중풍을 앓아 거동을 못하는 안씨도 손이 뒤로 묶이고 발도 묶여 있었으며, 머리 뒷부분에서 흐른 피 때문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피살된 안씨 옆에는 「정의봉」 「도덕 통일 정의」라는 글씨가 새겨진 길이 40㎝, 지름 3㎝ 가량의 몽둥이가, 베란다에는 몽둥이를 쌌던 것으로 보이는 「견리사의 견위수명」이라고 적힌 창호지가 있었고 거실에는 피묻은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자수 및 연행◁
박씨는 하오 7시10분께 경기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마치고 자수의사를 밝힌 뒤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청바지 청셔츠에 자주색 등산조끼를 입고 인천 중부경찰서로 압송된 박씨는 범행동기를 묻자 당당한 표정으로 『정의는 살아 있다』고 외쳤다. 박씨는 1차 조사에서 『6월26일 백범 김구 선생 추모행사에 참석후 범행을 결심했다』며 『공모자는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1주일전 안씨 집을 현장답사했으며 이날 새벽 4시30분께 집에서 나와 인천 시내를 배회하다 상오 6시께 도보로 안씨 집에 도착,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 뒤 범행했다.
이에 앞서 박씨는 하오 5시께 백범연구회 회장 권중희씨(60)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성당에서 고해성사중이다. 내가 모든 일을 저질렀으며 자수해 모든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흰색 나일론 끈을 갖고 있었으며 소지했던 모의 콜트권총은 도주중 제물포역 주변에 버렸다.
한편 경찰은 안씨 부인 김씨가 『권씨가 최근 상오 6시께 집 주변에서 서성이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권씨가 박씨 범행에 관련됐는지 여부도 집중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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