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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애인」 작가 최연지씨(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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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애인」 작가 최연지씨(한국인터뷰)

입력
1996.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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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미화 아닌 아름다운 사랑얘기죠”/결혼후도 많은 사람 다른 이성에 끌려/「작품개요서」 처음엔 퇴짜… 엄청난 인기 예상못해/시청자들 드라마 통해 대리만족한듯무성한 화제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MBC 미니시리즈 16부작 「애인」이 22일 종영됐다. 「결혼이란 제도에 가려있던 인간의 연애감정을 솔직히 드러냈다」는 적극적 평가에서부터 「불륜을 사랑으로 미화했다」는 비난에 이르기까지 「애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고 격렬했다. 그동안 언론사와 잡지사의 파상적인 인터뷰공세를 피해온 인기작가 최연지씨(42)를 설희관 한국일보 문화부장이 22일 만나보았다.<편집자 주>

□대담=설희관 문화부장

―우선 「애인」이 인기리에 종영된 것을 축하합니다. 드라마를 쓰게된 동기는 무엇이며, 당초에 시청자의 반응이 어느정도될 것으로 생각했습니까?

『30대의 사랑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소재입니다. 20대의 사랑은 결혼으로 일단락되지만, 30대 특히 기혼자의 혼외 사랑은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 따르기에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죠. 지난 3월 이창순 PD와 만나 「애인」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시납시스(작품개요서)를 방송사에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았어요. 칙칙한 불륜의 사랑, 쉬쉬 해오던 소재로는 시청률을 올릴 수 없다는 거였죠. 드라마를 시작하면서도 「이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모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여주인공 황신혜 패션이 생겨나고 배경음악인 10여년 전 팝송 「I Owe You(당신 덕분이에요)」와 「샌프란시스코」가 리바이벌돼서 인기곡으로 부상하는 등 「애인」신드롬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시청자들의 반향이 컸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무엇보다 연출자와 연기자를 잘만난 덕입니다. 연출자가 영상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주인공들의 심리를 잘 살려준데다, 유동근 황신혜씨 등 모든 연기자들이 몰입해서 연기해 주었습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자기 이야기에 공감하거나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한 시청자들도 인기상승에 큰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불륜을 다룬 드라마는 적지 않았지만 「애인」만큼 사회적 관심을 모은 작품도 드물었지요. 국정감사장의 국회의원들까지 이드라마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했고, 방송위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일 정도였습니다. 「애인」이 시청률을 의식해서 불륜을 미화했다는 일부의 시각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두 주인공의 사이는 서로 배우자에게 신의를 저버렸기 때문에 물론 불륜관계입니다. 정신적인 사랑뿐이었다고 해서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지요. 따라서 이 드라마가 불륜이다, 아니다 하는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애인」을 통해 비록 불륜이지만 30대의 사랑이야기를 심리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쉬쉬하고 덮어두기만 하는 것은 위선이기 때문이지요. 「애인」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도덕적 위기감과 가정의 올바른 위상을 점검하고 논의하게 된 점은 작가로서도 소득이었습니다』

―드라마는 결국 두사람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혹시 부정적인 시각의 여론을 의식해서 그렇게 결론내린 것은 아닌지요.

『드라마 구상단계부터 그려진 그림일 뿐입니다. 사랑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감동적인 것은 두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장애요소를 극복해 나가기 때문입니다. 운오(유동근 분)와 여경(황신혜 분)의 장애물은 가정인데 그것을 파괴할 수는 없지요. 마지막 회에서 운오가 부인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가정을 선택한 것은 이 드라마가 사랑만큼이나 결혼의 의미도 중요하게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사랑뿐만 아니라 아이들, 주위친구 등 공동의 것들을 가지고 있지요』

―드라마 5회분에서 운오와 여경이 호텔에 투숙했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바로 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처음부터 두사람사이는 정신적인 사랑에 국한시켰습니다. 그 이상이 되면 오히려 사랑의 섬세한 감정이 훼손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항간의 이야기처럼 방송위원회의 경고가 무서워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닙니다』

―비슷한 소재의 다른 드라마와 「애인」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시대에 따라 달라져왔는데 그것은 사회구조와 여성의 지위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60년대 「미워도 다시 한번」식 드라마에 나타나는 혼외관계는 남녀가 생존을 매개로 연결됐지요. 80년대 김수현씨의 드라마 「모래성」에 가서야 경제력과 학력을 갖춘 여자가 결혼한 남자의 애인역으로 나옵니다. 바퀴벌레와 같이 숨어지내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권리와 사랑을 주장하게 된것이죠. 그런점에서 「애인」은 두사람이 모두 일을 갖고 대등한 관계로 만나는 90년대식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혼자의 사랑과 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배우자아닌 다른 사람과의 정신적인 사랑이 어쩔 수 없고, 어느면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결혼한 이후에 다른 이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도의 차이와 그것의 표현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이겠지요.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결혼적령기에 만난 사람중에서 마음에 맞는 상대자를 골라 결혼할 뿐이지요』

―최작가의 남편이 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일을 겪는다면.

『물론 처음엔 참담하겠지요. 그러나 남편의 태도에 따라 대응하겠습니다. 남편이 뉘우치고 바로 돌아오면 받아들이고, 정도를 지나치면 이혼해야죠』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불륜은 상대 배우자의 가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기고 신의를 저버리게 되는 독소가 아닐까요?

『물론 불륜의 사랑은 부부간의 믿음을 깨뜨려 상처와 배신감을 주지만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믿음을 회복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많은이들이 이드라마를 사랑한 것은 불륜이어서가 아니라 사랑 그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애인」이 불륜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는 시청자를 너무 폄하하는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인이 드라마를 보고 흉내낼 정도로 미성숙하지는 않거든요』.

―시청자와 독자들은 인기작가 최련지씨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고 싶어합니다.

『89년 「한국방송작가 신인상」을 수상한 뒤 MBC 「수사반장」의 단막극을 쓰면서 방송작가로 데뷔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고2짜리 딸이 있고 남편은 언론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TV드라마의 위력은 대단하기 때문에 작가는 사회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반응이나 영향력을 생각하면 작품성만을 고집할 수 없고 그러자면 드라마작가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죠. 하지만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고 반응을 즉각 알 수 있어 보람과 즐거움을 느낍니다』

―앞으로 어떤 종류의 드라마집필을 계획하고 있습니까?

『40대를 주인공으로 한 가족드라마를 쓰고 싶어요. 외화 「코스비가족」처럼 코믹하면서도 사회의 문제를 가정안으로 끌어들여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그런 「열린 가족」의 얘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약력

▲54년 대구출생 ▲76년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75∼77년 한국일보 기자 ▲85년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졸업 ▲89년 제1회 한국방송작가 신인상 수상 ▲대표작=「질투」(MBC) 「연인」(KBS2) 「다시 만날때까지」(SBS) 등<정리=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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