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춤·단소·한글 배우며 고국서 한마당공연 꿈꿔우리가 외면한 아이들. 우리가 잊고 있는 아이들. 한국 이름, 한국 부모도 모르면서 코리아를 그리는 아이들.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의 몇몇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까만 머리 노란 피부의 어린이 35명도 「어쩔 수 없이 그리운 어머니 나라」 코리아를 배우려는 많은 해외 입양아들 가운데 하나다.
이름처럼 네덜란드풍이 짙게 배어있는 한적한 전원도시 홀랜드의 주택가에 있는 한 미국 교회에는 매주 화요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국 입양아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초·중·고교생이 주종을 이루지만 개중에는 형과 누나를 따라 구경나온 코흘리개 꼬마들도 끼어있다. 어린이들의 연습도구와 먹거리를 챙겨든 미국인 부모들도 눈에 띈다.
입양아들은 부채춤을 신명나게 함께 춘 뒤 소그룹으로 갈라져 탈춤과 화관무, 소고, 단소 등을 배운다. 피부색이 다른 부모들도 연신 장단을 맞추며 어깨를 들썩인다. 1시간 남짓 구슬땀을 흘린 아이들은 쉴틈도 없이 한글을 배운다. 한글수업 시간동안 입양아들의 눈망울은 더 초롱초롱하다. 생후 6개월에서 5세 사이에 입양된 이들은 「보통 미국인」으로 자라고 있기 때문에 매주 이 시간을 제외하곤 고국과 만날 수가 없다.
그냥 두었으면 「코리아」와는 접하지 않았을 이들이 한국을 알 수 있게 된 계기는 놀랍게도 양부모들이 먼저 마련했다. 양부모들 가운데 한 사람인 크론카이트씨(51·생물학 교수)는 젖먹이로 데려왔던 에밀리가 8세 되던 89년, 이웃집의 김동미씨(49)에게 딸이 제 조국을 알 수 있도록 고전무용과 한글 등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73년 남편 김동일씨(51·의사)를 따라 미국에 온 김씨가 교사경력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에밀리와 동갑내기 친구 에이미 등 12명을 모아 서툰 솜씨로 한국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양부모들은 김씨를 한국에 보내 고전무용을 좀더 배워 돌아오게 하는가 하면 바지 저고리 치마 등도 손수 만드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양부모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김씨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어린이들은 한국 고전을 익혀갈 수 있었다.
이들은 이듬해부터 매년 5월 홀랜드시에서 열리는 다민족 축제인 「튜울립 페스티벌」등에 참가,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홀랜드시 일간지 센티널지 등은 우아한 한복에 부채춤이 어우러진 입양아들을 1면 컬러사진으로 싣기도 한다. 미시간주의 여러 도시에서도 잇달아 초청하고 있다. 6월에는 서부 미시간지역 ABC TV에 15분동안 생방송으로 출연하는 등 점차 이색 유명무용단이 돼가고 있다. 이제는 미국 어린이들까지 한국 고전무용에 맛을 느끼고 있다. 입양한 남동생 브라이언(10)과 함께 3년간 고전무용을 배워온 쉘리 디루(13)양은 피부색이 다른 세 어린이 중 한명이다.
입양아들이나 교사인 김씨는 물론이고 양부모들까지 아릿하게 그리는 공연장소가 있다. 이들을 외면하고 잊고 있는 한국이다. 그곳에서 한과 흥이 어우러진 한마당 공연을 매일 꿈꾸고 있다.<홀랜드(미 미시간주)="이종수" 특파원>홀랜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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