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청소년 새출발 도와요”/마약·폭력 등 전과 250여명 기숙사 수용/운영비 전액 기부금으로… 학비 “무료”/새벽 6시 기상 주변청소후 예배/9시부터 정규과목 외 직업교육/6개월까진 바깥세상 철저 격리미국 뉴욕주 레이크몬트시에 있는 프리덤 빌리지(Freedom Village)는 문제 청소년들에게 제2의 삶을 찾아주는 특수학교다. 19만평의 광활한 대지위에 기숙사와 교회, 교사 등이 들어선 이 학교에서는 현재 250명의 청소년들이 「교화」를 받고 있다.
이 학교는 한국 천주교 청주교구청이 내년중 충북 청원군에 세울 예정인 「문제학생 선도고교」와 설립목적 등에서 궤를 같이 한다.
남녀별로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매일 상오 6시에 기상, 침대와 주변정돈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식사후에는 식당, 화장실, 마굿간 등 담당구역을 청소한 뒤 8시부터 예배를 본다. 상오 9시부터 하오 3시까지의 수업시간에는 영어 수학 등 일반교과 과정은 물론 인쇄, 전기, 목공, 자동차수리 등 직업기술을 배운다. 음악과 미술, 그리고 승마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이 학교에서는 그러나 매시간 「고참」 학생이 인원파악을 하는게 일반학교와 다르다. 교사들은 기숙사 등의 청소상태와 학생들의 생활태도를 일일이 점검한다. 단체로 입는 교복 등 복장이 불량하거나 숙제를 빼먹으면 가차없이 벌을 준다. 아무리 가벼운 욕을 해도 제재가 가해진다.
가장 흔한 벌은 15㎏ 무게의 통나무를 들고 운동장을 도는 것이다. 보통 1시간정도 벌을 받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새벽과 밤 등 하루 두차례씩 보름이상을 뛰어야 한다. 이 학교는 부지가 워낙 넓어 담장을 세울 수도 없다. 그래서 무전기를 든 경비원 2명이 안내겸 수위역할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각자 자유시간을 즐기다 하오 8시부터 요일별로 인성교육, 사회적응 훈련 등을 받은 뒤 밤 10시 잠자리에 든다. 밤에는 고참학생들이 불침번도 선다. 외출 외박이 불가능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학생들의 하루일과는 군대생활과 다를 바없다.
학교를 안내한 프레처 브라더스 교장(48)은 『학생들은 온갖 수렁에서 헤매다 새삶을 찾아나선 청소년들』이라며 『입학초에는 많은 갈등을 겪게 되지만 대부분은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모두 유순하게 보이지만 학생들의 과거는 생각보다 훨씬 어두웠다. 13세에서 21세사이인 이들의 95%는 마리화나, 크랙, 코카인 등 각종 마약에 빠졌던 경험이 있고 반 이상은 자살을 시도한 전력이 있다. 또 90%는 사회와 가정에서 성적·육체적 학대를 받았으며 60%는 폭력 강도 강간 등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
81년 설립된 이 학교는 일반 시민, 기업체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며 학비 등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다. 학생 1인당 최소 4,300달러가 소요되는 등 1년예산이 250만달러를 넘지만 학부모와 학생에게 일체의 부담을 주지 않는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지원도 전혀 없다. 그래도 독지가들의 기부금이 넉넉해 운영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원하기만 하면 무조건 받아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일단 입학한 뒤에는 6개월동안 사회와 완전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한다. 부모와의 면회만 허용될 뿐 지난날의 불량세계와 담을 쌓고 새사람이 될 때까지 친구 등 어떤 사람과도 접촉이 금지된다. 이렇게 6개월을 견뎌내야만 주말에 한해 부모와 외출이 가능하고 제한된 교외활동도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입학때 치르는 학력평가시험을 통해 각자의 능력에 맞는 교육을 받는다. 교육과정은 최소 1년이지만 학생들은 평균 2년 정도 머문다. 이 학교는 뉴욕주 공인 전인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아 학생들은 자격증과 졸업장을 딸 수 있다.
수업은 정규교사 자격증이 있는 12명의 교사들이 과목별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워낙 천차만별이라 등급별로 나누어 수업을 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습서 위주로 공부하다 이해가 가지않는 부분만 교사에게서 1대1로 배운다. 브라더스 교장은 『교재는 스스로 공부하기에 충분할 만큼 알차게 짜여 있다』며 『매일 숙제를 내고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학습효과도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직업기술 교육은 일반 학교의 수업처럼 진행된다.
학생들도 새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이다. 대표적인 예가 4월 입학한 존 브렌쿠스(18). 갱단에 가입한 14세때부터 마약에 빠져든 존은 마약밀매혐의로 체포돼 1년을 복역했다. 출소후에도 한동안 갱단을 기웃거리던 존은 동료 한명이 다른 마약조직원에게 피살되자 이 학교를 찾았다.
존은 『바깥 세상에는 도처에 범죄의 유혹이 깔려있다』며 『처음에는 도피처로 이곳을 찾았지만 지금은 지난날을 모두 잊었다』고 말했다. 존은 올해말까지 고교과정을 이수한 뒤 신학대학에 진학할 꿈을 안고 있다. 프리덤 빌리지의 청소년들은 대부분 존과 비슷한 과거와 현재를 공유하고 있다.<레이크몬트(미 뉴욕주)="이종수" 특파원>레이크몬트(미>
◎미국의 청소년/78초마다 한명씩 자살시도 92%가 음주경험/매일 15만명이 흉기 지닌채 등교·40만명 문맹
미국 청소년은 78초마다 한명씩 자살을 시도하며 90분에 한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통계상으로는 해마다 6,000여명의 청소년이 자살하지만 과속 등 고의사고로 인한 사망도 사실상 자살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실제는 2만명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또 7분마다 한명씩 마약때문에 체포되며 매일 5,000명이 코카인 등 마약을 배운다. 뉴스위크지는 신생아중 37만명이 태어나면서부터 마약에 중독된다고 전한 바 있다.
음주문제도 심각해 보통 12살이면 술을 처음 접하게 되며 청소년의 92%는 18세이전에 음주를 경험한다. 또 매년 20만명의 청소년이 음주관련 사고를 일으키고 있으며 최소 5,000명이 이 때문에 사망한다.
학교교육과 관련해서는 11초마다 한명씩 퇴학을 당하며 매일 15만명의 학생들이 총, 칼 등 흉기를 지닌 채 등교한다. 포천지는 고등학교 졸업생중 40만명은 졸업장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가출 청소년도 26초마다 한명씩 생겨나고 있다.
폭행 강도 강간 등 청소년이 저지르는 각종 범죄는 매년 300만건에 달하며 36초마다 청소년들이 총기로 사망하거나 부상당하고 있다.
◎인터뷰/「프리덤 빌리지」 브라더스 교장/“수렁속 청소년 선도 기성세대의 의무/후원자 30명이면 1명 교화 기금 조성”
프리덤 빌리지 설립 당시부터 이 학교를 운영해온 프레처 브라더스 교장(48)은 『미국에서는 지금 수백만명의 청소년들이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며 『이들을 선도하지 않으면 미국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학박사인 브라더스 교장은 『이들 청소년은 사회의 희생양이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이들을 구제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프리덤 빌리지가 규모나 운영면에서 미국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무료 특수학교는 프리덤 빌리지 말고도 7개 정도 있지만 이들 학교는 설립역사가 짧고 학생규모도 대부분 100명 미만의 미니학교라는 것이다. 또 최근 뉴욕시 일대에 생겨나고 있는 특수학교는 1인당 비용이 1만달러가 필요한 유료학교이기 때문에 부유층이 아니면 입학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운영경비는 『청소년 입양제도(Adopt A Teen)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매달 최소 18달러를 후원금으로 내는 대신 자신이 택한 청소년의 사진을 받게되며 편지왕래 등을 통해 청소년들과 정을 쌓아나간다고 했다. 브라더스 교장은 『시민 30명만 확보하면 1명의 청소년을 교화할 기금이 조성된다』며 『현재 5,000여명의 시민들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중 15%정도는 재판에 계류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형량을 선고받기전에 이 곳에 옮겨졌으며 학교생활 태도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판사가 새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학생에게는 최대한 관용을 베푼다는 것이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퇴를 원하는 학생들도 있다. 브라더스 교장은 『500여명의 청소년들이 입학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에 자퇴 하겠다면 막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학생비율은 백인 65%, 히스패닉 13%, 흑인 12%이며 나머지는 한국학생 6명을 포함한 소수민족이다. 입학생중 85%가 교과과정을 이수한 뒤 무사히 졸업했으며 지금까지 4,000여명이 이 곳을 거쳐갔다.<레이크몬트=이종수 특파원>레이크몬트=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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