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테가 끈질긴 추격 따돌려/가난·내전 후유증 치유 “과제”소모사와 산디니스타의 나라 니카라과에서 법률가 출신 커피농장 주인이 대통령으로 유력시 되고 있다. 아르놀도 알레만(50)은 21일 대선 개표결과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 지도자 다니엘 오르테가(50)를 큰 표차로 앞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니카라과는 과거를 떨쳐버리기 위해 우리 모두를 필요로 한다』며 단결을 호소했다.
이번 대선은 과거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알레만은 67년 니카라과자율대 법학과를 졸업, 은행과 기업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커피농장주연합회장을 지냈다. 그러나 80년대 산디니스타 좌파정권때 독재자 소모사와의 관계를 이유로 6개월간 투옥되면서 재산도 몰수당했다. 89년에는 뇌암에 걸린 부인과 사별하는 아픔도 겪었다. 당시에 맺힌 감정은 90년 수도 마나과 시장에 당선, 취임한 뒤 산디니스타파 시 공무원 수천명을 해고하는가 하면 산디니스타 창설자인 폰세카의 무덤을 밝히는 등에 가스를 끊는 식으로 표출됐다. 그런 만큼 알레만은 『오르테가를 선택하면 암울한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서 시장경제와 자유주의 수호를 호소했다.
반면 오르테가는 알레만이 젊었을 때 소모사 독재정권 청년조직의 일원이었고 그가 이끄는 자유동맹도 소모사의 자유당과 관계가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해왔다.
이제 과거와의 싸움에서 벗어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알레만의 앞에는 희망보다는 암담한 현실이 가로놓여 있다. 니카라과는 아메리카대륙에서 아이티 다음으로 가난한 나라다. 국민의 절반이 실업자다. 취임 첫해에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산디니스타 정권때 몰수·재분배한 토지의 소유권 회복이 급선무다. 오르테가가 살고 있는 집부터가 알레만의 선거운동본부장인 은행가 출신 하이메 카라조에게서 몰수한 것이다. 오랜 좌우 내전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도 치유해야 하고 외국인 투자도 끌어들여야 한다.
이 먼길에 퍼스트 레이디 역할은 큰딸(24)에게 맡길 예정이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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