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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실명제」 우려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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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실명제」 우려한다(사설)

입력
1996.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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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를 제거하기 위한 금융실명제가 실시된지 3년2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그 제도가 나름대로 제대로 정착될 때도 됐다. 그러나 진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최근 일부 은행지점장들이 사채업자와 결탁, 차명이나 도명계좌를 만들어 거액의 예금을 유치하는 등 금융실명제를 의도적으로 위반하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따라 은행감독원이 관련혐의가 있는 지점장들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은행감독원이 얼마나 철저하고 효율적으로 조사할지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은행감독원이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적발해 낸 금융실명제 위반인 합의차명계좌가 불과 3건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발건수가 사실상 없었던 것은 금융실명제가 완벽하게 실시돼 왔다기 보다는 은행감독원 등 감독기관이 이에 대한 점검업무에 소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은행감독원이 이번 조사를 엄정히 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관련은행에 대해 실명제법에 따라 엄격하게 문책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행장에 대해 도의적 책임까지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과성처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금융실명제의 준수여부를 상시 가려낼 수 있는 보다 조직적이고 과학적인 감독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일선 금융기관에서 금융실명제위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점장들과 행원들은 예금유치경쟁의 압박에서 해방될 날이 없다. 거액의 예금주들이 정체의 노출을 기피하거나 또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위장을 요구할 때 이것을 거부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 때에 다른 사람명의를 합법적으로 사오거나(합의차명) 또는 몰래 사용(도용)한다고 한다. 합의차명의 경우 명의매도자와 매입자 사이에 분규가 없는 경우에는 차명사실이 드러날 염려도 없어 애용되고 있다 한다. 금융실명제는 은행관계자가 마음먹기만 하면 용이하게 위반할 수 있고 위반해도 적발이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감시자 10명이 도둑 1명 잡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 금융실명제 감시·감독에는 구조적으로 상당한 한계가 있다. 누구보다 은행의 임직원 등 금융계 종사자들이 스스로 준법에 투철해 줘야겠다. 금융실명제가 어떠한 우여곡절을 거쳐 도입하게 됐으며 왜 그 제도가 정착돼야 하는지 반추해 봐야겠다.

김영삼 대통령이 전임 두 대통령이 기피했던 것을 개혁의 이름으로 단행한 것이고 지하경제척결과 경제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혹자는 금융실명제가 서민과 영세·중소기업 등의 자금융통을 더욱 어렵게 했다고 한다. 그것은 지극히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올바른 경제질서의 확립을 위해서 금융실명제는 하루빨리 제대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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