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직업학교 운영 한의사 이익순옹/소년가장 등 소외계층 찾아나서기 40년이익순씨(81·부일한의원 원장·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3가 10의 15)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나서서 돕는 정열적인 할아버지다.
이옹은 뇌성마비로 중태에 빠진 일곱살배기를 수양아들로 삼아 병을 고쳐준뒤 40년이 넘도록 돌보고 있고 소년소녀가장과 불우청소년 노인 등 소외계층을 도와주며 한평생을 살아온 드러나지 않은 독지가이다.
그의 이웃사랑은 69년 영등포에 근로청소년 직업학교를 세우면서 본격화했다. 청소년들에게 직업교육을 시키고 취업을 알선하면서 청소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가출청소년의 귀향운동도 벌여오고 있다.
이듬해인 70년부터는 한해에 두차례씩 소년소녀가장 30명에게 10만원씩, 불우청소년 20명에게 5만원씩 장학금을 주고 있으며 82년에는 불우청소년 및 소년소녀가장돕기 100만인 걷기대회를 주관했다. 지금도 농촌출신 우수대학생 10명에게 매년 30만원의 학비를 대주고 겨울이 다가오면 방범원과 미화원들에게 방한복 등을 장만해 주고 있다.
동료 노인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노인정을 건립한다는 소문만 들리면 도움을 자청한다. 매년 영등포내 10여개 노인정에 연탄과 쌀 라면 등을 제공해 오고 있다.
이옹의 부친은 구한말 마지막 영의정이었던 이유원의 아들로 중국에서 무관학교를 세우고 청산리전투에 주역으로 참여한 독립투사 이지영씨. 18세때 아버지가, 이듬해에 어머니마저 일본군에게 총살당해 혈혈단신이 된 이옹은 독학으로 중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하고 해방 이듬해 귀국했다.
이같은 집안내력 때문에 이옹은 『나라를 위하는 일과 미래의 기둥인 청소년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해선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옹은 국제민간교류협회 이사장직을 맡아 우리나라와 중국 베트남 폴란드 등과의 민간교류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의학계에서 소아마비와 뇌성마비 치료의 권위자로 알려진 이옹은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능력껏 보람있는 일을 해보려 노력했던 것 뿐인데 큰 상을 받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황양준 기자>황양준>
□본상
◎해외입양아 위탁모 김계숙씨/버려진 장애아들 「낳은 정」처럼
김계숙씨(47·서울 강동구 암사동 강동아파트 1동 108호)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해외에 입양될 때까지 맡아 키우면서 친어머니 이상의 정을 쏟아부은 장애아의 대모다. 김씨는 86년 버려진 아이를 키우는 이웃사람들을 돕다가 이 일에 빠지게 됐다.
11년동안 김씨의 보살핌을 받은 아이는 무려 80명이 넘는다. 대부분 미혼모가 버린 장애아들이다. 김씨는 이들을 2, 3년씩 돌보다 외국 양부모에게 떠나보낼 때마다 안쓰러움과 「그나마 다행」이라는 마음의 갈등을 느끼곤 했다. 복지법인인 대한사회복지회로부터 아이들을 위탁받아 기르면서 받는 돈은 하루 1만원. 부모까지 외면한 아이들을 돌보는 데 쏟은 정성과 시간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다.
김씨는 지금도 한 돌이 안된 장애아 3명을 돌보고 있다. 11년동안 장애아동을 키우다 보니 남편과 20대 중반이 된 두 자녀의 기저귀 가는 솜씨도 김씨 못지않다. 김씨는 『아이들 때문에 외출도 거의 못하지만 불만을 내색하기는 커녕 오히려 도와주는 남편과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외국인 양아버지로부터 아이사진과 함께 잘 키워줘 고맙다는 편지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데는 어디든지 찾아나선다. 92년 설립된 암사재활원에도 매주 1∼2회씩 찾아가 간병과 급식보조, 기저귀 세탁 등의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장애아라고 제 아이를 버리는 부모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민다』는 김씨는 『버려지는 아이가 왜 이리 많은지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세태를 꼬집었다.<박광희 기자>박광희>
◎잡지도서관 운영 김근수옹/한평생 책에 바친 “한국 잡지사”
김근수옹(86)의 인생은 「한국잡지사」 그 자체다. 그가 운영하는 국내에 하나뿐인 잡지도서관인 서울 종로구 명륜동2가 성암잡지도서관엔 한평생 모은 국내잡지 3만여권을 포함, 총 6만여권의 책이 비치돼 있다.
김옹의 잡지수집은 60여년전 보성전문 국문학도시절 탐독했던 동인지들을 빠짐없이 모으면서 시작됐다. 40여년간 대학강단에서 후학을 지도하던 중에도 틈만 나면 인사동 청계천 고서점가를 누볐고 구하기 힘든 책은 대학도서관에서 복사한 뒤 제본했다. 김옹은 『내 평생 유일한 소풍은 서점에 가는 것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열성이다. 김옹이 보관중인 책엔 희귀본이 많다. 각종 잡지의 창간호만 2,000여권에 달하고 소년 조선지광 개벽 등 일제시대 잡지들은 창간호부터 종간호까지 거의 빠짐없이 갖춰 놓았다. 60여종의 춘향전 판본을 비롯, 발해관련 문헌만도 60여종에 달한다. 1,800년대말에 지어진 한러·한불사전도 눈에 띈다. 지금까지 「개화기교과서전」 「기서·진서전」 「일제하 금서전」 등 테마별 전시회를 25차례 열었을 정도로 김옹의 소장도서는 다양하고 방대하다.
김옹은 일정한 수입이 없지만 사저인 4층짜리 성암도서관 건물의 2∼4층을 모두 서고로 꾸몄다. 그의 책사랑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옹의 소망은 뜻있는 독지가가 나타나 영세한 잡지도서관을 재단법인화하는 것. 『일반인이나 국문학도들이 쉽게 소장도서를 찾아볼 수 있도록 번듯한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해외전시회도 열어 우리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김옹은 털어놨다.
「보잘 것 없는 구석배기 바위지만 늘 정성을 다해 제 할 일을 하는 것」은 그의 호인 성암의 뜻풀이이자 그의 인생관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장려상
◎안효심씨/앞못보는 시어머니에 행동도 「효심」씨
앞 못 보는 시어머니를 7년째 극진히 모시고 있는 안효심씨(40·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나루현대아파트)는 이름과 행동이 한가지다. 안씨는 『제가 효부라면 세상 모든 며느리가 효부상을 받아야 한다』며 겸손해 했다.
5남매 중 막내며느리인 안씨는 자신이 모시던 시어머니(84)가 7년전 녹내장으로 실명하자 한마디 불평도 없이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정성껏 목욕시켜 동네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안씨의 효행은 이웃사랑으로 이어져 장애인과 고아원을 찾는 일이 이제는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정신 및 지체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작은 예수의 집」(서울 광진구 화양동) 식구들은 매주 일요일이나 공휴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몸을 씻겨주고 말벗이 되어주는 안씨가 친형제나 자매보다 가깝고 편안하다.
안씨는 『인성교육이 따로 없습니다. 두 아들이 소외된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습니다』라고 말해 이웃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정정화 기자>정정화>
◎임종관씨/어려운 이웃들에 8년간 3,700여만원 전달
서울 동대문구 제기1동 1046의 1에서 대청당 한약국을 운영하는 임종관씨(47) 주위에는 그의 따뜻한 손길로 삶을 꿋꿋이 지탱해가는 이웃들이 많다.
새마을지도자 동대문구협의회장인 림씨는 89년부터 지금까지 가장이 생활능력이 없거나 병들어 생계가 막연한 이웃 15가구에 3,700여만원을 전달했다.
이중 남편없이 두 자녀를 둔 맹인 홍모씨(49·6월 사망) 가족에게는 89년부터 매달 5만원씩 보내주고 있으며 95년 5월 홍씨의 딸이 결혼할 때는 예식비를 내주고 신부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 아버지 노릇을 대신하기도 했다. 또 86년부터 법무부 갱생보호위원으로 활동하며 전과자 14명에게 취업을 알선하거나 자립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다.
임씨는 『베푸는 조그마한 온정이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는 수천배의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힘이 닿는 한 불우이웃을 보살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임종명 기자>임종명>
◎김대원씨/시민에 훈훈한 농심 전해준 도심속 농민
김대원씨(42·서울 서초구 원지동 254)는 농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서울 도심에 훈훈한 농심을 심어온 농민후계자이다. 원지동에서 10대째 농사를 짓는 김씨는 농민후계자로 선정된 82년부터 주말농장을 운영하며 서울시민들에게 「농심」을 전해주고 있다.
주말농장에는 현재 시민 800여명이 가족단위로 참여하고 있으며 회원들은 매년 10월 손수 키운 배추로 김장을 담가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하고 밤줍기 등으로 부족한 농촌일손도 거들고 있다.
김씨는 농업의 맥을 잇기 위해 70년부터 매년 농고생 10명을 농장에서 무료로 연수시켜오고 있으며 농장을 일신여상과 강원 영월 주천농고 등 서울과 지방 청소년들의 수련장으로 개방해 청년농군을 양성하고 있다.
서울시4H연합회장과 서울시농민후계자회장 등을 역임하며 과학영농에도 힘써온 그는 『서울에서 농사 짓는 땅은 농민만의 땅이 아닌 시민과 함께 사용하는 땅으로 활용돼야 가치가 있다』면서 요즘에는 6월에 구성한 양재4H회원 80명에게 자연을 가르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김혁 기자>김혁>
◎심사소감/김영상씨 서울향토사학회장/“친절·인내·사랑이 듬뿍 훌륭한 분들”
제8회 서울시민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대상의 이익순옹, 본상의 김근수옹과 김계숙 여사, 장려상의 안효심 임종관 김대원씨는 상을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춘 훌륭한 분들입니다.
장려상 세 분 가운데 안효심여사는 다섯남매의 막내며느리로서 시각장애인인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을 시켜주는 극진한 효부입니다. 안여사는 작은 예수의 집·한사랑마을의 장애인들을 헌신적으로 돌보고 한달에 2, 3번씩 가족과 함께 화성영아원을 찾아가 봉사하는 사랑의 실천자입니다.
임종관씨는 89년부터 장애인 등 불우이웃 15가구에 3,700만원을 지원하고 전과자 갱생보호활동에 힘써온 독지가입니다.
김대원씨는 서초구에서 10대째 살아온 토박이농부로 주말농장을 경영하며 청소년들의 노작정신과 환경보전 의식을 일깨워주는 데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본상의 김근수옹은 우리나라 유일의 잡지도서관을 설치 운영하면서 근면 성실을 생활신조로 대학로청소와 청소년선도에 진력해온 돈독한 지사입니다. 김계숙여사는 86년부터 대한사회복지회에서 장애인 및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을 친자식 같이 돌보며 암사재활원에서 4년동안 어린이환자 간병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상 이익순옹은 69년에 근로청소년직업학교를 설립하여 해마다 50∼70명의 불우학생의 직업을 알선하고 청소년 선도·교화 및 장애인구호에 진력해 왔습니다. 『내가 그들을 도와주어야만 한다. 그들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는 것이 이옹의 좌우명입니다.
이들 어진 여섯분에게는 공통적으로 친절 인내 진실 온유 기쁨 평화 사랑이 듬뿍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경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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