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천사의 미소를 가졌어요”/심장병·뇌성마비 아이들마저 기른정으로 품어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시에 사는 에릭 톰슨씨(44) 부부는 자기들이 낳지 않은 2남4녀를 친자식 이상으로 정성을 들여 키우고 있다. 큰 딸 수지(23)를 제외한 10대의 5남매는 모두 한국에서 입양했다.
77년 결혼한 톰슨씨 부부는 자식을 무척 원했지만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부부는 81년 당시 두 살배기인 큰 아들 브라이언(17)을 입양했다. 브라이언은 이제 175㎝의 키에 78㎏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청년으로 자라났다. 부부는 브라이언을 입양한 지 6개월도 안돼 둘째딸 미시(15)를 입양했다. 8개월짜리 미숙아였던 미시는 지금은 정상적으로 자라나 공부도 제법 잘한다.
1남1녀에 만족하던 톰슨씨부부는 지체부자유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한 입양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부인 캐시(42)가 버림받은 이들의 사진을 접한 것이 주된 동기였다. 캐시는 『정상아들은 누구나 키울 수 있지만 장애아들에게는 특별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며 지체부자유아들을 입양하자고 남편에게 제의했다. 남편도 흔쾌히 이를 받아 들였다.
톰슨 부부는 85년 당시 12세로 발육상태가 극히 부진했던 수지를 입양한 뒤 이듬해 심장병 환자인 막내딸 앤나(11)를 데려왔다. 생후 14개월이었던 앤나는 심장에 구멍이 뚫린 희귀한 병을 앓고 있었다. 부부는 입양수속 기간동안 수술일정을 짜놓고 앤나가 도착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의사들은 「현재의 영양상태로는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부부는 3개월동안 앤나를 정성껏 돌보았고 결국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당시 병원비는 2만5,000달러(약 2,000만원)였지만 의사들이 반을 깎아주었다고 한다.
톰슨부부는 86년말 지진아인 막내아들 앤디(14)를 데려왔다. 4세였던 앤디는 지금도 정상아들보다 학습능력 등이 3년 이상 뒤진다. 부부는 마지막으로 87년 봄 뇌성마비아인 세째딸 제니(14)를 입양했다. 5세였던 제니는 「엄마」 「배고파」이외에는 한국말을 전혀 못했지만 지금은 영어로 웬만큼 의사가 통한다.
웃음이 많고 낙천적인 톰슨부부는 아들 딸들이 저마다 재능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큰 아들은 학교 미식축구선수에다 과학에 재능이 많고 앤디는 축구를 잘한다. 제니는 체조에 뛰어나고 앤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다. 특히 휠체어에 앉아 항상 천사같은 미소를 짓는 제니를 보면 마음이 절로 푸근해진다고 말했다. 큰 딸 수지는 20세 때 독립, 한 가게에서 일한다.
톰슨씨는 자동차 부품판매업체의 체인인 네이파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부인 캐시는 병원에서 파트타임 사무원으로 일한다. 남편의 의료보험만으로는 아이들의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직원들에게 최고의 의료혜택을 보장하는 병원을 일터로 택했다. 캐시는 아침마다 밴으로 아이들을 등교시키는 게 커다란 낙이다. 부부는 한국에서 왜 그리 많이 입양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이 좋기 때문』이라며 환하게 웃었다.<그랜드 래피즈="이종수" 특파원>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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