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규모 사업권 확보 치열한 경쟁 불가피/리베이트 명목 자금제공 등 「생존의 법칙」으로대우중공업이 경전투헬기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기중개상 권병호씨에게 로비자금을 건넨 사건으로 국내 방위산업계가 또 한차례 비리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새 정부 출범이후 대대적인 사정을 받았던 율곡사업(국군의 전력증강계획)에서 드러났던 「비리커넥션」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군수조달체계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경전투헬기사업(KLH) 대잠수함초계기사업(P3C) 한국형전차사업(K1) 등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업계의 과당경쟁을 막는다는 명분아래 사업권을 배분해왔다. 이들 사업은 매년 국방예산의 3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데다 정책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사업에 차질을 빚기때문에 방산업체로서는 사업권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민간부문의 수요가 아예 없거나, 정부가 미래산업으로 육성키로 한 항공분야도 민수용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점도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관련업체들은 리베이트 명목의 돈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군과 유착하지 않고서는 일감을 얻을 수 없다는 「생존의 법칙」을 체득하게 된다는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경전투헬기사업도 비리커넥션의 일단을 엿보게 한다. 정부는 90년 7월 항공관련 국책사업을 배분하면서 KLH의 주계약자로 대우중공업을, 고등훈련기사업(KTX―2)은 삼성항공을, 중형헬기사업은 대한항공을 각각 선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93년 노후 정찰헬기인 500―MD 후속기종으로 다목적헬기를 개발키로 하고 경전투헬기사업의 재검토를 지시, 현재까지 답보상태에 있다. 합참측은 대우중공업의 연고권을 인정, 경전투헬기를 기본기종으로 하고 여기에 성능을 추가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육본은 새로운 다목적 경전투헬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전투헬기의 대수가 당초 118대에서 36대로 축소됐고, 충남 보령 관창공단에서 공장부지를 마련하는 등 1,000억원을 쏟아 부은 대우중공업은 궁지에 몰리게 돼 나름대로 비상대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총 사업비규모가 50억달러에 이르는 차세대전투기사업도 정부는 당초 도입기종을 F18로 선정, 99년까지 120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으나 90∼91년 도입기종이 F16으로 변경됐다. 도입대수가운데 미국으로부터 직구매분 12대를 제외한 나머지 물량은 항공업계에 뒤늦게 뛰어든 삼성항공을 주사업자로 선정, 조립생산과 국내면허생산을 맡겨 놓고 있다.
지난해 대우중공업의 총매출은 3조9,630억원. 이중 방산부문이 3,450억원에 달한다. 삼성항공도 1조1,579억의 매출중 3,369억원, 현대정공은 1조9,859억원중 2,286억원이 방산부문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서는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예산이 그대로 나오는데다 향후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정부와 밀착하지 않고서는 사업권을 확보·유지할 수 없는 군수조달체계의 문제점이 비리커넥션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차세대전투기사업, 한국형 전차사업 등 율곡사업의 핵심사업들도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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